정상회담 말 아끼는 한일… 막판까지 '줄다리기'? 일본 내 여론 의식?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수장이 제77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유엔총회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회담 여부에 대해선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말을 아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뉴욕시내 한 호텔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취임 후 세 번째 한일외교장관회담에 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상호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계기에 외교당국 간 대화·협의를 지속해 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양국 간 최대 갈등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해서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한일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선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관한 한일 간 외교적 해법 등 구체적 내용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이 강제동원 피해배상과 관련해 지난 7~8월 가동된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사항 등을 하야시 외무상에게 설명했지만, 하야시 외무상을 이를 주로 경청하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측은 우리 대통령실이 20~21일 중으로 예고했던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일제히 함구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 뒤 취재진으로부터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즉답을 피한 채 "여러 좋은 얘기를 많이 했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 또한 자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20일) 오전에 (기시다) 총리가 (뉴욕에) 도착할 것"이라면서도 "정상회담 등 한일 정상 간 접점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브리핑을 통해 한일 양측이 이번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으며 세부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일본 측에선 "정해진 게 없다"는 반응만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한일 간에 정상회담 방식·의제 등을 데한 막판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거나 '강제동원 관련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측이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는 등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의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국장(國葬) 강행'에 대한 반대 여론, 그리고 집권 자민당과 옛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간 유착 논란 등으로 여론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어 '외교적 여력이 더욱 부족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 교수도 "기시다 정부 입장에선 강제동원과 관련해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부담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특히 일한관계, 대(對)한국 문제에서 일본 내 여론이 따뜻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니시노 교수는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특별한 성과는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다만 앞으로 양국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정치 지도자 간 신뢰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라도 이뤄진다면 향후 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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