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기시다,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 놓고 한일 '신경전'?

이번 주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한일 양측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우리 정부 인사들은 한일정상회담 개최 자체는 '확정'된 것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반대로 일본 측에선 이를 부인하는 듯한 취지의 당국자발(發)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미국·캐나다 등 3개국 순방차 18일 오전 전용기 편으로 출국한 윤 대통령은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오는 20~21일 뉴욕을 방문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다자 외교 일정 중 이뤄지는 회담 특성상 의제 등에 대한 세부 조율은 회담 직전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어떤 형태로든 회담은 열릴 것"이란 게 우리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우리 측에선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 및 한일정상회담이 진행될 경우 회담 시간은 각각 30분 남짓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지난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계기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회담 이후 2년10개월 만에 한일 정상이 마주앉는 게 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올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지만, 당시엔 바이든 대통령 주재 한미일 정상회의에 함께했을 뿐 한일 간 양자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 이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양국 간 갈등 현안의 조속한 해결과 함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점을 들어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면 양국관계 개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감지되는 일본 측 분위기는 우리와는 좀 다른 듯하다.


당장 보수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엔 이날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우리 측 발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마이니치신문 또한 이날 "한국 정부가 개최한다고 발표한 한일정상회담은 일본 측이 신중한 태도를 굽히지 않기 때문에 실현이 불투명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의 경우 우리 대통령실이 '한일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발표한 지난 15일에도 "현 시점에서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측의 이 같은 반응엔 일단 정상회담의 경우 대개 당사국들이 동시에 혹은 사전에 합의한 순서에 따라 발표한다는 외교 관례를 '한국 측이 깼다'는 불만이 담겨 있단 해석이 나온다.


우리 외교부가 대통령실의 발표, 그리고 일본 측의 관련 보도 뒤에도 "한일정상회담은 현재 조율 중이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우리 측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것처럼 비치도록 일본 측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측 발표가 좀 빠르긴 했지만, 일본이 항의했다는 하는 것도 아쉽다"며 "이런 '신경전'은 양쪽에 다 도움이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으로 먼저 출국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뉴욕 현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등을 따로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통해 정상회담 의제 등에 관한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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