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팔아 130원 손해"…배달 수수료에 주문 수수료까지

[치킨의乙 자영업자]<上>"배달앱, 없던 시스템으로 경쟁 유도"

"본사에 가격 인상 요청 먼저 요구…품질저하 우려"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자영업자에게 얼마의 이윤이 남을까.

단건배달인 '배민1'을 통해 주문 콜이 떴다. 자영업자는 중개수수료 1224원, 카드수수료 550원, 라이더 비용 6000원, 부가세 788원을 포함해 8562원을 부담하고 1만1438원을 정산받는다. 여기에 고객 전송료(배달비) 평균 금액인 3000원을 더하면 총 1만4438원이 떨어진다.

아직 계산이 끝난게 아니다. 생닭과 기름, 포장박스, 물티슈, 나무젓가락 등 원부자잿값으로 1만1000원의 고정금액이 나간다. 원가율은 평균 55%다. 음료 372원과 10시간 근무 기준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인건비 2196원, 임대료 등 고정비용 1000원까지 제했더니 결국 130원의 손해를 봤다.

◇추가 광고비도 부담되는데…이젠 포장 주문 수수료까지?

배달 플랫폼마다 수수료가 다르고 단건배달이 아닌 일반배달 주문을 받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 수익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시내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장사를 처음 시작한 2017년과 비교해 수익률이 10%포인트(p)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무리 못해도 수익률이 약 20%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많이 잡아도 12% 수준이다"며 "홀이 없고, 주방만 있는 매장은 8%까지 떨어질 때도 있다"고 했다.

임대료와 인건비도 올랐지만 A씨는 배달앱을 가장 큰 차이로 꼽았다. 2017년 전체 주문의 10%에 불과했던 배달앱 비중은 현재 약 60~70%를 상회하고 있는것. 그사이 본사에서 가져가는 원가율은 프로모션 비용을 포함해 3% 정도 올랐다.

문제는 배달 수수료만 오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배달앱들이 계속 없던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경쟁을 유도한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으로 '울트라콜'(깃발꽂기)과 '우리동네클릭' 등이다. 일정 광고비를 내면 앱 상단이나 메인에 노출해주는 마케팅 시스템인데 자영업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여기에 일부 앱의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도 자영업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비싼 배달료로 인해 포장 주문 비율이 많게는 10%대까지 늘면서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수수료를 내게 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요기요는 현재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12.5%)를 받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포장 주문 서비스 무료 지원을 12월31일까지 연장하면서 내년 1월1일부터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포장주문에 대한 수수료까지 부담하면 외식산업의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옆 가게에 밀리지 않으려면 리뷰 이벤트도 해야 하고, 깃발도 꽂아야 하는데 포장 수수료까지 붙으면 평소에 드리던 걸 못 드리고 정말 치킨만 드려야 하는 상황이다"며 "현재 진행하는 포장 주문 10% 할인 이벤트도 더는 진행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사에 가격 인상 압박을 줄 수밖에 없다"며 "가격 부담에 못 이겨 콜라를 안 주거나 포장 할인을 없애면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욕하고, 자영업자들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2022.9.14/뉴스1 © News1 이상학 기자


◇"불투명한 정산 시기도 문제…대안은 자사앱 강화"

A씨는 이날 한 달 매출을 묻자 "정확히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배달 플랫폼마다 정산 주기가 다르고, 주말이나 공휴일이 중간에 포함되면 정산일이 밀리면서 당장 필요한 원부자재를 주문하기 어려운 순간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A씨는 "한 플랫폼은 주말에 팔면 그다음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정산금이 들어오는데, 연휴가 길어지면 또 일주일이 밀린다"며 "또 다른 플랫폼은 3주가 밀리는 경우도 있어 현금 회전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 배달앱이 아닌 프랜차이즈 업체의 자사앱으로 주문하면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10%p 이상 증가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자사앱은 결제 수수료만 떼기 때문에 수익률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사앱 활성화에 집중하는 것도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다. 실제 교촌치킨과 BBQ 등 치킨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사앱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는 외식업계 가격 인상 관련해서도 A씨의 배달 플랫폼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오른 데다가 배달앱에 들어가는 부가적인 지출이 늘어나면서 가맹점주들이 본사 측에 가격 인상을 먼저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본사 탓만 할 순 없다"며 "본사에서 물품값을 올린 만큼 소비자 가격도 올라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똑같은데 결국엔 배달 플랫폼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조금만 욕심을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