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서바이벌’ 게임 같아요”…'채용연계' 인턴에 멍드는 청춘

아이돌 오디션 같은 방식에 불합격 땐 심리적 후유증 커

하반기 취업시장도 험난…전문가 “기업 명확한 기준 알려줘야”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서 취업 가능성을 무기로 삼는 것 같아요.”

채용연계형 인턴십 경험을 전하던 이모씨(25)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2021년 6월 모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2주간의 채용연계형 인턴전형에 참여했지만 최종 불합격했다. 

그는 “경쟁률이 2대 1이라 사실상 ‘쟤 아니면 내가 붙는’ 경우였기 때문에 매 순간 동료 인턴을 경쟁적으로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며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서로 경쟁시킨 후 탈락자를 골라내는 방식이 아이돌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불합격 후 심리적 후유증이 컸지만 “취준생이 한가하게 병원 갈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혼자 이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채용연계형 인턴, 체험형 인턴…탈락해 우울감 커져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용연계형 인턴십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요즘 2030들의 취업 우울감을 가중하고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십은 최근 국내 기업에서 실시하는 신입사원 채용과정 중 통상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 동안 지원자들을 실무에 투입해 능력과 태도, 적응력을 평가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정규직 전환율이나 선발기준은 비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탈락한 후다. 선발된 이들은 채용의 기쁨을 맛보지만 탈락자들에게는 자기 능력에 대한 의심과 자괴감,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우울감 외에 크게 남는 것이 없다. 

올해 6월 실시한 한 대중매체의 채용연계형 인턴십에 참가했던 박모씨(27)는 4주간 진행되는 인턴십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그는 “저야 아르바이트였지만 기존 직장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취업 가능성 때문에 기존의 생활을 포기하는 모험도 감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채용연계형 인턴은 기간이 애매해 다른 회사에 경력이라고 써내면 면접관들도 의심했다”며 경력으로도 크게 의미가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모 제조기업의 채용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김모씨(28)는 “탈락 후 피드백도 받지 못해 이후 취업준비 과정에서도 도움이 안 됐다”며 “인턴 중 일부는 평가점수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과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채용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은 체험형 인턴과정을 경험하는 취준생에게도 찾아온다. 대외활동을 통해 체험형 인턴기회를 주는 모 홍보회사에서 6개월간 프로그램에 참가한 최모씨(23)는 "구체적인 선발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불안했다"며 "과제 전날에는 무조건 밤을 새워서라도 잘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활동하던 한 학생은 발표 도중 실신하기도 했다“며 ”직접적인 원인은 모르겠지만 당시의 누적된 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녹록지 않은 하반기 채용시장…대기업 정기공채 비중 고작 20.5

상반기 취업시장에서 고개를 숙였던 취업준비생들은 하반기에도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채용은 드물고 소수의 인원만을 뽑겠다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지난 7월12일부터 8월 5일까지 국내 기업 835곳을 대상으로 채용동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도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채용규모는 △한 자릿수(38.5%) △두 자릿수(59.0%) △세 자릿수(2.5%), 중견기업은 △한 자릿수(56.0%) △두 자릿수(44.0%)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직원 채용 때 정기 공채비율은 20.5%, 수시채용 59.0%, 채용연계형 인턴 20.5%로 나타났다. 채용연계형 인턴 비중이 정기공채 비중과 동일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연우 인크루트 팀장은 “채용연계형 인턴은 면접 등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업무 적응도와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지원자의 성격이나 태도는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어서 정규 입사 전에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규모별로 다르겠지만 대기업에서는 채용연계형 인턴십이 계속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기업 선발기준 명확히 밝혀야…상실감 크면 치료도 필요”

전문가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을 실시하는 기업이 합격기준을 명확하게 해줘야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채용연계형 인턴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의 불안을 이용해 입사 이후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실무비용을 감축하려는 제도”라며 “기업은 취준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실무지식 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차이를 기업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외부로 제도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일부를 뽑겠다고 나머지 다수를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발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 기회를 늘리고 OJT(직장 내 교육훈련)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70~80% 정도가 ‘나는 다른 사람보다 운전을 더 잘할 것이다’ 같은 자기긍정 심리가 있다”며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턴과정 전체가 ’희망고문‘처럼 느껴지고, 그것이 좌절됐을 때 상실감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나친 상실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타인과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자신의 긍정 기대심리를 낮추는 연습이 도움 될 것”이라며 “심각한 경우 관련 기관에서 치료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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