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쳐도 연말까지 高·高·高…환율·수해 등 '암초'

물가 정점이 당초 예상한 9~10월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고물가 상황은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도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환율 상승과 수해·추석 등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28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물가 지표의 전월 대비 오름 폭이 둔화됐다.


대표적으로 한은이 집계한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포인트(p) 내린 4.3%를 기록했다. 월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월비 하락한 것은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도 한 달 전보다 0.3% 오르는 데 그쳤다. 올 4월에 정점(1.6%)을 찍은 이래로 3개월 연속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5% 올라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하며 주춤했다.

이 같은 둔화세는 최근 국제 유가가 올초보다 하락한 데다가 글로벌 물가 흐름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인플레 기대 심리가 일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8.25/뉴스1


이에 물가 정점은 '이미 찾아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정부 당국 사이에서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금리 결정 때 물가 정점을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정도로 말씀드렸지만, 그 뒤로 2개월 정도 유가가 상당 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8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7월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며 "물가 정점이 지난 7월 생각했던 것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물가가 정점을 통과한 이후 곧장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점에 이르더라도 당분간 물가 수준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정점과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한은은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5.9%, 연간 물가 전망치도 5.2%로 기존보다 크게 높여 잡았다.

물가 정점 이후에도 거센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되는 배경에는 높은 환율이 있다. 지난 23일 달러·원 환율은 1345.5원에 마감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물건을 수입하더라도 더 많은 돈(원화)를 내야 한다. 수입 물가가 일제히 상승한다는 뜻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에너지 가격은 국제 유가 하락에도 안심할 수 없다. 겨울철을 맞은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을 겪을 경우, 가스값이 급등하면서 기름값 하락을 상쇄하고 에너지 가격이 오를 수 있어서다.

독일 분데스방크는 지난 22일 3분기 물가 상승률이 10%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면서 근본 원인으로 높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지목했다. 씨티은행은 내년 1월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18.6%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폭우·추석 같은 국내 요인도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수해에 민감한 채소류 등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불안 요인이 큰 상태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고물가 전망에 경각심을 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글로벌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정은 민생 물가 부담을 경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에너지 바우처 인상,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확대 등의 정책를 예고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예산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내년도 예산은 3가지 방향에 중점을 뒀다"면서 "첫째는 민생 물가 안정 등 서민·취약계층과 청년에 대한 지원 확대"라고 언급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