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우리가 이기는 거 봤니?"…수사권 넘겨받고도 패배주의 빠진 경찰

LH 수사 주도 경찰, 수사력 불신으로 자조감 팽배

"일종의 성장통…채찍질하며 역량 키울 기회 줘야"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누가 이길까? 경찰 vs 블라인드'라는 글에는 경찰 관계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자조(自嘲)하는 댓글을 연이어 달았다. 이들은 "꼬우면 이직해"라는 조롱성 글을 남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찾으려 수사에 나선 경찰과 블라인드 운영사 팀블라인드를 비교하는 글에 "언제 우리가 이기는 거 봤니?ㅋㅋㅋㅋㅋ" "이길 거면 진작이다" "의미 없는 행위라는 거 알만한 사람은 다 알듯" 등의 댓글을 남겼다.


최근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이 수사력을 총동원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물론 경찰 스스로도 냉소적 반응을 보이며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고도 특검이 나서야 한다,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대니 참 답답하다"며 "우리도 기회를 주면 잘 할 수 있는데 무조건 믿질 않으니 일을 제대로 하고 싶겠나"라고 답답해했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관계자도 "검찰처럼 적극 지원해주면 경찰도 좋은 수사력을 보여줄텐데 현실이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경찰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해 씁쓸하다는 반응이 내부에 많다"고 했다. 

실제 경찰이 LH 의혹을 수사한 20여일 동안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경찰의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수사 주체로 '특검이 적합하다'는 응답이 65.2%, '경찰 수사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26.9%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에 단순 폭행 혐의만 적용한 것이나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양천 입양아 사건 등에서 경찰이 제 역할을 못한 점이 이런 불신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경찰까지 무시당하면서 패배주의가 팽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인당 수십 개 사건을 맡고 있는데도 지원이 부실한 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수록 조직문화를 일신하고 외풍을 막아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계급이 낮은 실무자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는 의식이 팽배한 냉소적 조직"이라면서 "검경수사권이 조정됐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어서 우려와 불안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지금 당장 못미덥다고 검찰에 수사권을 다시 넘기면 경찰은 언제 발전하겠나"라며 "못하면 채찍질하고 감시하면서 역량을 키워줄 때 경찰이 성장통을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재량권 확대, 강한 책임, 계급구조 개편, 경찰선발제도의 개선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수장이 나서 '진실만 파헤치겠다' '유감이다'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직원들의 마음이 어떻겠나"라며 "수장이 철학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분위기를 확 바꿔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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