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알맹이가 없다" 재초환 완화책에 재건축단지 뿔났다

서울 강남도 지방도 '억대' 부담금 속속…기대한 정부 대책엔 '방향성'만

"매뉴얼만으로 일부분 개선 가능한데"…조합 연대, 與 찾아 구체안 제시

 

"주민들 실망이 크죠. 재초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가, 대책이 나온대서 기대를 했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었더니 알맹이가 없었어요. '하겠다'면서 방향만 내놓고 '어떻게'가 쏙 빠졌죠. 유예, 폐지도 아니고 완화잖아요. 완화는 방향성이 아니라 방법이 중요해요."(강남구 소재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16일 <뉴스1>이 찾은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다수 재건축 조합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에 담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방안을 두고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민간 부문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왔던 재초환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유예하기로 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국토부가 미리 결론을 제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재초환 완화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재건축 단지들은 실망스럽단 반응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국토부 발표는 선언적인 의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 후속 방안을 기다리는 중"며 "사실상 도심 재건축 사업장 대부분이 재초한 영향권이라 공급 목표 실현을 위해선 하루빨리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개발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지만 부동산 침체기와 미실현 이득에 대한 법적 논쟁을 거치며 시행이 유예돼왔다. 2018년 제도가 부활하며 조만간 첫 부과 사례가 나온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며 부담금 액수가 대폭 늘었단 것이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이고 비강남권도 억대 예정액을 통보받았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부담금 예정액은 가구당 7억7000만원이다. 성동구 장미아파트는 부담금이 5억원가량 된다. 수원 영통2구역, 대전 용문동 재건축도 인당 부담금이 3억원에 가깝다. 이에 재초환 감면 폭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된단 이야기도 나온다.

구체적인 대안이 부재한 정부 발표에, 재초환 실부과를 목전에 둔 단지들은 울분을 토했다.

입주까지 마친 서초구 반포현대 조합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단지가 2018년 통보받은 부담금 예정액은 가구당 1억35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확정 부담금 액수가 3억원까지 오를 수 있단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단지는 구청에 확정금액 통보 유예를 요청해둔 상태다.

서초구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난 7년간 주변 주택 가격 상승률은 140%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이 32%로 과소 책정되면서 부담금이 크게 늘었다"며 "이 부분만 수정돼도 억대 수준인 재초환 부담금이 몇천만원대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재초환 부담금 산정 기준인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정할 때 사업 단지와 무관한 주택을 포함한 평균 상승률이 적용되면서 분담금이 과도하게 늘었단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매뉴얼만 바꾸면 되는데, 이마저도 대책에 담기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서초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전원이 수억원씩 턱턱 낼 수 있는 건 아니라 '차라리 재건축을 그만두자'며 다투는 일도 있다"며 "재건축 사업 단지들, 특히 강남 사업장선 윤석열 정부에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재초환 대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다.

재건축 사업장들은 구체적인 재초환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 73개 조합이 뭉친 전국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연대는 이번 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면담한다. 이들은 △재초환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 사업시행인가일로 연기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책정 현실화 △부과 기준 고지 △장기보유자 감면 등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구제책 마련 등 구체적인 재초환 완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강남구 소재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인허가 과정에서 기부채납을 하면서 국가에 이익을 반환했는데, 왜 재초환 부담금을 또 내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꼭 부과해야 한다면, 시급히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서 제도로 인해 피해받는 주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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