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00일]글로벌 공급망 재편…국익·실용 위한 '경제안보' 통상전략

"미-중 경제 패권다툼 가열, 한국, 중장기 전략 그려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지속, 한국 취약품목 선제대응 중요

 

윤석열 정부가 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윤 정부는 미·중 간 경쟁 과열,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 되어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가·원자재가 치솟는 등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에 처해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 속 승승장구하던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최근 4개월째 적자를 냈고,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통상환경은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냉혹한 세계 경제 질서에서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쫒아야할 때다. 정부의 상황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익'과 '실용중심' 기조의 무역·통상젼략을 기치로 내세웠다.

◇미-중 경제 패권다툼 속 선택기로 선 韓…"철저히 국익·실리 바탕돼야"

과거의 '안보 전쟁'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총성 없는 '경제 전쟁'으로 바뀌었다. 특히 미-중 경제 패권다툼이 격화하면서 우리나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TP)'이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최근에는 미국의 이른바 '칩4' 동맹 참여까지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CPTTP나 IPEF와 관련, '경제안보'를 통상정책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편이다. 순수한 경제협력체제로서 궁극적인 지향점은 공급망 안정화라는데 주안점을 두고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쓰는 한편, 주요 참여국으로서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인태지역 협력 강화를 위해 출범한 IPEF 협력분야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4개 필러로 구성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들 4개 필러에 모두 협력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칩4 동맹'이다. 당장 이달 말까지는 참여 여부에 결론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이자, '기술동맹'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라고는 하나 반도체 분야 공급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나라로서는 나쁠 게 없는 선택이라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정부 역시 이런 인식에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2의 사드 보복'을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공급망의 70~8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이냐가 당연히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통상변화는 과도기적 성격을 띄고 있다"면서 "이 기간 대중 관계를 단·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글로벌 질서가 바뀌고 있는데 이 질서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따라 대중 관계 및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는 국내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맞서 총력을 다해 국산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산업들에 대한 기술변화 동태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수집된 기술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계부처나 업계에 효율적으로 전파할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외 통상전략은 '국익·실리'…'제2·3 요소수 사태' 막으려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수입 다변화를 위한 대외 통상국과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수입 취약품목에 대한 꼼꼼한 관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산업과 공급망 연계형 통상'을 추진 중이다.

이는 핵심 광물·원자재 부국이나 첨단산업·기술국, 아-태 핵심권역 등 국가유형별 맞춤형 협력을 통해 공급망 강화를 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우리나라 수입품목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관리를 통해 취약품목을 파악하고, 지금과 같은 공급망 불안 시 주요 수입국 관리나 대체 수입국 발굴 등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혼란을 줄이겠다는 게 전략의 큰 틀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요소수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반도체 대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는 과정 속에서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은 우리 정부에 점점 더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동안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다뤄지며 시장 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던 공급망 관리 문제는 이제 산업경쟁력, 외교·안보 및 사회안정을 위한 중차대한 국가정책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망 취약품목 중 절반 이상이 중간재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일본에 대한 자본재 의존도가 치우치는 등 공급망 취약 품목들이 주력산업과 직결돼 2차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현상에 대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경제패권 경쟁시대 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산업통상 전략'을 보면 공급망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대일본 및 대중국 취약품목의 파급경로 구조가 갖는 특성은 차별성을 띈다.

대일본 취약품목은 국내 산업클러스터 형성구조의 중심부에 위치해 산업구조 전체에 파급되는 파급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일 취약품목의 다수가 국내 산업클러스터 형성에 초크포인트(글로벌 공급망에 핵심이 되는 원료·부품·기술 등을 의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대중국 취약품목 대다수는 국내 산업클러스터 형성구조의 주변부에 집중해 위치함으로써 최종재 내지는 1차 가공품의 산업적 특성을 보였다.

산업연구원은 국가별 취약품목의 국내 파급경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국내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이 같은 취약품목들의 위상을 기반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상황 인식에는 전문가들도 공감한다. 다만 성공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정책접근을 주문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역 통계치 작성에서 누락될 수 있는 여타 세부 취약품목에 대한 보다 촘촘한 데이터 확보도 필요하다"면서 "예컨대 지난 번 요소수 사태에서 경험했지만, 요소수는 관련 데이터에 빠져있다 보니 제대로 모니터링이 되지 않아 혼란도 컸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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