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외면받은 與 수해 봉사, 과연 실언 한마디 때문일까

악취 속 7시간 봉사했지만 상인들 반응 싸늘

평소 권력다툼보다 민생 챙겼다면 외면받았을까

 

"많은 의원들이 와서 고생한 것만 좀 크게 봐달라."(주호영 비대위원장)

지난 8일부터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1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된 가운데 터져 나온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수해 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김 의원이 평소에도 조금 장난기가 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폭우에 생명은 물론 삶의 터전까지 송두리째 빼앗긴 서민들의 피해 현장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급기야 김 의원을 감싸던 주 위원장은 '윤리위 회부'까지 언급했다. 

결국 김 의원은 봉사활동 다음날인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선 국민의힘의 진정성까지는 내치지 말아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여당은 김 의원 발언 때문에 이번 봉사활동 의미가 퇴색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봉사활동에서 진정성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과연 김 의원의 실언 탓인지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김 의원 발언이 알려지기 전부터 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의원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 상인은 "여기 막아놓고 뭐하는 거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의원들의 봉사활동이 끝난 뒤 만난 인근 상인들은 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치우며 "그 사람들이 도와주는 건 민폐다", "길만 막혔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봉사활동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는 상인도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본 50여명의 의원들은 악취 속에서 7시간 동안 물에 젖은 짐을 나르느라 진흙과 땀으로 범벅이 됐는데도,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어렵사리 정권을 되찾아온 집권여당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한 직후부터 민생보다 권력다툼에 몰두했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간 내홍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여당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민생에 신경 써야할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이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포착돼 당무개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수도권에 최대 3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진 다음 날인 지난 9일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처리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로 전환되기 전까지 당내에선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선거 내내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지만, 집권 3개월 내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등 정반대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사적채용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7급으로 넣어준 줄 알았는데 9급"이라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 사이 대통령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0명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에 비해 1%p 상승한 25%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던 2016년 10월 3주차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5%였다. 여당 지지율도 야당에 역전당했다. 같은 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정당지지도 34%, 더불어민주당은 3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모든 게 불과 집권 3개월 차에 벌어진 일이다. 말로만 민생안정을 외치고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김 의원의 '비 좀 왔으면 좋겠다' 발언은 국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재확인시켰을 뿐이다. 여당이 권력 다툼이 아니라 진작에 민생 안정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의원들의 땀방울이 이렇게까지 외면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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