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견제하려다 K-배터리도 '난감'…"美완성차업체도 맞추기 어려워"

전세계 양극재 70%·음극재 85% 中생산…광석도 中기업들 '점령' 

배터리업계, 공급망 다변화 안간힘…"법안 수정 가능성도 기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내 전기차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 법안 내용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 마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IRA는 지난 8일 미국 상원을 통과해 오는 12일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IRA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부여하는데 중국과 같은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 공장을 완공해 가동을 시작했거나 현재 건설 중인 만큼 정책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LG엔솔은 GM·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단독 공장 등 건설로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200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 단독 공장을 통해 2025년까지 15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2025년 23GWh로 시작해 33GWh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중국 CATL도 북미 지역 2곳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지만 미-중 갈등 속에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선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 비중을 2023년 50%에서 2028년 90%까지 올려야 한다. 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석의 비중을 2023년 40%에서 2027년 80%로 높여야 한다. 

배터리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이같은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달 발표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Global Supply Chains of EV Batterie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양극재의 70%, 음극재의 85%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양극재, 음극재에 활용되는 광석 비중도 문제다.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주요 광석의 제련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리튬의 57.6%, 니켈 35.3%, 코발트 64.6%, 흑연 70.4%를 중국 업체들이 제련해 공급했다. 

특히 음극재로 활용되는 흑연의 경우 채굴시 발생하는 환경문제, 비용 등 이유로 중국을 대체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게 배터리업계의 설명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중국 의존도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수산화리튬의 83%, 코발트의 87%, 황산망간의 99%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지난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른 관세 인하가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높였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9일 발간한 '최근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기타 정밀화학원료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3000만달러(5조1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25000만달러(9조4900억원)로 급증했다.

IRA에서 국가의 기준이 광석의 원산지 국적일지, 제련 법인 국적일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제련 법인 국적이 기준이 될 경우 한국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광석의 원산지 국가로 따지면 리튬(14%), 코발트(3%) 등은 중국의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IRA가 수정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부품 의존도가 높아 법안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완성차업체들도 IRA 내용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한국과 중국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업체도 법의 수혜대상이 되지 못하면 중국 견제라는 법의 당초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법안 수정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법이 최종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 기간이 있는 만큼 미국 완성차업체나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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