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고 걸려 넘어지고…폭우 속 '맨홀 지뢰' 사고 막으려면?

압력 이기지 못하고 뚜껑 열려…남매 실종 사고도 

전문가들 "강남에 대규모 지하배수 터널 만들어야"

 

115년 만에 내린 폭우로 도심 '맨홀' 주의보가 내려졌다. 맨홀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40㎏이 넘는 맨홀 뚜껑이 3미터 이상 날아가는 목격담도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맨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침수지역 이동시 흐르는 물을 피하고, 도로 중심보다는 건물 외벽 쪽으로 걷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반복되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지하 배수시설 등 제반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수지역 최대한 벗어나야…지중접속함과 생김새 유사, 감전 '주의'

11일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50분쯤 서울 서초구 한 오피스텔 앞에서 남매사이인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은 함께 길을 걷던 중 맨홀 뚜껑이 없는 하수구에 빠져 실종됐다. 안타깝게도 40대 남성은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9일 밤 12시쯤 서울 서초구에서는 20대 남성이 길을 지나가던 중 구멍에 빠져 갈비뼈와 발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맨홀 뚜껑은 수압을 이기지 못해 열려있었고, 구멍은 흙탕물로 보이지 않던 상태였다. 강남구 역삼동에 거주하는 김모씨(28)도 "맨홀 뚜껑이 반쯤 열려 있는지 모르고 걷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고 말했다.

폭우에 맨홀 뚜껑이 열리는 이유는 수압 때문이다. 맨홀 뚜껑은 주철로 만들어지며, 하수도용에 사용되는 맨홀은 40㎏ 이상이다. 그러나 폭우로 맨홀 아래에 위치한 배수구에 물이 가득 차게 되면, 맨홀 뚜껑을 밀어내게되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은 위로 튕겨나가게 된다. 

맨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폭우 시 최대한 침수지역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이동을 해야 한다면 도로 중심보다는 건물 외벽을 붙잡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도로 벽면에는 맨홀, 깨진 보도블럭 등이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갑자기 물이 불어날 경우 주변 구조물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은 아무리 낮다고 해도 넘어지게 되면 물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침수된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맨홀 뚜껑이 없는 곳은 기포가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거품이 올라오는 곳도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맨홀과 생김새가 유사한 지중접속함 또한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육안으로 보면 지중접속함과 맨홀은 구분하기가 힘들다. 지중접속함의 경우 침수되면 감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폭우로 거리가 침수됐을 경우 맨홀로 보이는 곳에 접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비 120㎜ 내렸는데, 강우 방어능력 85㎜ 불과…"제반 시스템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맨홀 사고에는 지리적인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10m 이상 지대가 낮아 서초역, 역삼역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이다. 또 강남역 일대는 바닥이 아스팔트로 구성된 비율이 높아 비가 내리면 중간에 스며들지 않고, 서운로 하수관로로 빗물이 모두 모여들게 된다.

서울시는 배구수역 경계조정 및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을 건설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일 서초구 남매 실종사건이 발생할 당시 강남 일대에서 내린 강우량은 시간당 120㎜에 달했다. 지난 6월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완공으로 확보한 시간당 강우 방어능력은 85㎜ 수준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장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강남에 모인 물을 한남대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퍼 넘길 수 있는 대규모 지하 배수터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빗물이 반포천으로 내려오면 사당천과 합쳐지고 이는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도심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민들 스스로 하수구나 배수관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관개 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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