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읽는 경제] '논스톱4' 청년실업 40만 시절…크게 나아지지 않은 현재

청년실업자, 방영 시기인 2003년 40만3천명 → 2004년 41만3천명

2010~2020년 연평균 청년실업률 8.7%, "저성장 고착화 우려"

 

"아시다시피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 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2003년 9월부터 2004년 9월까지 방영된 MBC 청춘시트콤 '논스톱4'에서 앤디는 청년 실업으로 골머리를 앓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늘 학업에 몰두하는 고시생으로 등장한다. 그는 주변에서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들 때마다 한심한 듯 바라보며 이와 같은 대사를 던진다.

앤디의 말대로 2003년은 '카드 사태'로 인해 청년층이 수난을 겪을 때였다. 앞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1998년에는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5.1% 감소하며 깊은 터널에 빠졌으나 이듬해인 1999년 11.5%, 2000년 9.1%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새로운 문제로 곪아가고 있었다. 정부가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펼친 것이 발단이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심지어 소득이 없고 신용도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마구잡이로 카드 발급을 남발했다.

신용카드를 마음껏 발급받아 쓴 뒤 소위 '돌려막기'를 하는 사례도 생겼다. 이를테면 A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B카드사 청구금액을 내고, 다시 C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A카드사 청구금액을 내는 식이다.

돌려막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몇 달 이렇게 버티다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되자 신용불량자가 급증했다. 2003년 전체 신용불량자 372만명 가운데 신용카드 불량자는 239만명으로 60%를 차지했다. '논스톱4' 앤디와 같은 대학생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 무렵 벌어진 일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카드 사태와 맞물려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해졌다. 한창 나이에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가 처음 방영됐던 2003년 9월 청년실업자(15~29세) 수는 34만5000명이었으나 10월 37만5000명, 11월 37만9000명으로 실제 40만명에 육박했다. 이어 2003년 11월 40만8000명, 12월 45만4000명, 2004년 1월 48만명, 2월 48만3000명으로 50만명을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으나, 같은해 3월부터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논스톱4' 방영 이후 약 20년이 흘렀지만 극중 앤디가 우려했던 '청년 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저성장 문제가 고착화하고 구조조정 여파가 들이닥치면서 2016년 2월 청년실업자 수는 54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2003년 8.0%에서 이듬해인 2004년 8.2%로 올랐다. 이후 7~8%대를 나타냈던 청년실업률은 2014년 9.0%로 오른 뒤 2016년과 2017년 모두 9.8%로 치솟았다. 특히나 2016년 2월에는 12.5%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후 2018년 9.5%, 2019년 8.9%, 2020년 9.0%, 2021년 7.8%를 기록했다.

1999년 이후부터는 통계에 사용되는 구직기간 기준이 종전의 1주에서 4주로 바뀌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1994~1997년 청년실업률은 연평균 약 5.2%를 기록했다. 그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가 닥친 1998년에는 청년실업률이 12.2%에 달했다. 

경기침체로 실업이 급증했던 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청년실업률이 낮아지는 흐름을 나타내긴 했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해 10월 '청년실업 증가가 성장잠재력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고 △저성장 구조 고착화 △신성장 동력 부재 △노동시장 경직성 등으로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최근 11년간(2010∼2020년) 연평균 청년실업률은 8.7%로 전체실업률 3.6%의 2.4배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비(非)청년실업률(2.6%)과 비교하면 3.4배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은 세계적으로도 취약한 상황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최근 11년간 청년실업률 연평균 상승속도는 0.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0위에 해당했다. 전체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의 평균 배율은 2.8배로 5위를 나타냈다.

한경연은 "청년실업률이 1%포인트(p) 높아지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0.12%p 낮아지고, 잠재성장률은 0.21%p 낮아진다"며 "청년 실업은 청년 개인에게 일자리 기회를 잃어버리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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