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한다고? 전통시장 죽일 셈이냐"

상인들 “대기업과 경쟁 질 수밖에…타격 클 것”

의무휴업 폐지 국민제안 투표 방식에도 못마땅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되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다 죽는 거야.”

지난 1일 오후 2시께 찾은 경기 구리시 전통시장. 푹푹 찌는 날씨 탓인지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아 보였다. 상인들은 없는 손님이라도 잡아보겠다고 연신 ‘떨이’를 외쳤지만, 고개를 돌린 채 갈길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 상인은 “오늘 장사도 틀렸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상인들은 한가함을 수다로 풀었다. 주된 이야깃거리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였다. “지금도 어려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폐지되면 전통시장은 끝이다” “서민들은 외면한 채 대기업만 배불리겠다는 속셈” “돈도, 힘도 없는 소상공인이 어떻게 대기업과 경쟁하겠느냐” 등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리시장에서 45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김기진씨(65)는 “7~8년 전 인근 지역에 대형마트가 하나 생겼는데 그 이후로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일주일 내내 영업하면 그만큼 시장 상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가판대에는 팔지 못한 꽈리고추, 표고버섯이 한가득 진열돼 있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가 그간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전통시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건어물을 파는 A씨(60대)는 “마트나 백화점이 영업을 안 하는 날에는 확실히 손님이 더 많다. 손님들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서 오랜만에 전통시장에 왔어요’라고 한다”며 “대형마트 휴무를 없애는 건 전통시장 상인 죽이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7년째 시장에서 전을 부쳐온 B씨(50대)는 “의무휴업 덕분에 전통시장이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이마저도 없으면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로 대형마트 전통시장 모두 힘들었는데 왜 대기업만 혜택을 주려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의 불만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총 10개 안건을 ‘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쳐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하기로 했는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577415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의무휴업은 10년여 만에 존폐 기로에 놓인 것이다.

소상공인단체들은 생존권과 직결되는 정책을 표로 결정하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의무휴일은 상생차원에서 도입된 부분인데 단순 투표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의무휴일을 왜 도입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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