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IMF 악몽'…코로나 취업절벽에 청년 고용 '추락'

IMF 악몽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심층 대책 절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진모씨(26)는 은행권 상반기 공개채용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면서 시중 은행들이 공채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진씨에게 인턴과 같이 취업 준비와 함께 일정 부분의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기업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인턴직 마저 축소하는 것은 물론, 취업 시장 자체가 신입 보다는 경력직에 치우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진씨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 시장은 암울하다. 14학번부터 16학번에 이르는 신규 대졸자 및 대졸예정자들은 사실상 취업절벽에 내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업절벽에 내몰린 신규 대졸자…역대급 구직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2636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7만3000명(-1.8%) 감소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 감소는 청년에게 훨씬 가혹하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1%로 전년동월비 1.1%p 올랐으며, 고용률은 42.0%로 0.9%p 떨어졌다.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은 지난달 26.8%로 2월 기준 가장 높았다.

이는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일할 마음이 있는 청년 중 4분의 1 이상이 실업자이거나, 초단시간 취업자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청년들이 역대급 구직난으로 노동시장에서 계속 이탈해 '쉬었음' 또는 학업 인구에 편입되는 상황으로 풀이되는데 겉으로 드러난 지표보다 더욱 심각한 고용 위기 상황이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범위를 넓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의 고용시장을 살펴보면 비청년층 취업자가 2.4% 감소한 반면 청년층 취업자는 두 배 이상인 5.3% 감소했다.

또한 학업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쉬었음' 응답자도 청년층에서 크게 늘어 같은 기간 24% 증가했다.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구직 포기 청년층이 늘어날수록 경기침체가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이력효과가 보다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력상실은 곧 취업 기회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청년층 일자리의 양 뿐만 아니라 '질'도 악화

신규 대졸자의 고용상황 악화는 일자리의 양에만 있지 않다. 질적인 측면은 더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게 한국은행의 평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신규 대졸자들의 이같은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고서는 대졸자가 서비스 판매직, 단순 노무직 등 대졸 학력이 필요하지 않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대졸 하향취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에서 1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간제로 일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도 2배 이상 대폭 늘어났는데 이러한 청년층의 하향취업은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낙인효과로 인해 향후 경력개발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 대졸자 진씨는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와 막노동으로 당장에 필요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진씨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이용해 돈을 모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드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 뉴스1

◇뇌리에 스치는 IMF 세대…고용악화는 생채기를 남긴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서 더 큰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유는 이후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신규 대졸자들의 현 상황은 지난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세대와 꼭 닮아있다.

신규 대졸자의 임금은 졸업 당시 고용상황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실린 졸업연도 코호트별 실질임금을 살펴보면 졸업 연도의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던 외환위기(1998~99년)와 금융위기(2009~10년) 당시 신규 대졸자의 1년차 임금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단기 충격이 졸업 당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고용상황 악화는 졸업 당해연도 뿐만 아니라 3~4년차까지 유의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연도 실업률이 1%p 상승할 경우 1~2년차 연간 실질임금이 4.3% 낮은 수준을 나타내며, 3~4년차에도 임금손실률이 2.3%로 유의하게 추정된다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는 이후 해당 세대의 삶의 질 측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향취업 증가와 승진 기회 부족으로 임금 손실이 생기고 이는 또다시 결혼 지연 및 출산율 저하, 가난의 대물림으로까지 이어지는데, 먼나라의 사례 분석이 아니라 바로 IMF 세대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정부 지원 대책 절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 5조9000억원을 들여 104만명의 청년 일자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일자리 의존도를 낮추고 중소 중견기업의 IT 직무에 일자리를 늘리는게 핵심이다.

다만, 이같은 대책에도 전망이 암울한 이유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재 혜택을 통해 기업의 청년 채용을 지원하고 4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의 일자리를 늘리는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결국 국내 민간 산업이 활성화돼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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