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첫 회담 마친 美·中, 모두발언부터 가시돋친 설전

19일까지 이틀 간 고위급 회담…첫 만남부터 '으르렁'

"국제질서 위반"vs"내정간섭 반대" 기존 입장 되풀이

 

18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갖는 첫 고위급 회담 시작부터 이례적으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각국을 대표해 자리했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양국 대표들은 이례적으로 회담 시작과 동시에 불꽃 튀기는 설전을 펼치며 남은 회담의 난항을 예고했다.

미국과 중국은 알래스카에서 최소 3번의 회담을 가지기로 약속했는데, 이날 오전 첫 회담이 종료되며 약속된 만남은 2번이 남았다. 그러나 모종의 기대를 가지기엔 양국간 분위기가 예상보다 지나치게 싸늘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예상외의 높은 수위의 설전을 주고받았다. 게다가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막아서고 추가발언을 하는 등의 돌발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美 "中 국제질서 위협…원칙 위해 싸울 것" :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한 설리번 보좌관과 블링컨 장관은 회담의 시작을 알리는 모두발언에서 홍콩,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대만을 겨냥한 각종 탄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러한 중국의 행태가 "세계 안정을 유지하는 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사이버 공격, 동맹국들에게 가하는 경제적 압박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 역시 단호한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갈등을 추구하진 않지만 우리는 항상 우리의 원칙, 국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보통신(IT) 기술 등을 활용해 미국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이 문제에 있어 물러나거나 타협하지 않고 중국을 더욱 압박할 것을 시사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의 우호국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동맹국과 중국간 벌어진 분쟁에 미국이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中 "美 내정간섭 단호히 반대…서로 일 간섭 말자" : 미국의 이 같은 공격에 중국 측은 서로의 일은 서로가 알아서 처리하자"고 맞받아쳤다.

양 국원은 모두발언에서 "신장, 홍콩과 대만 모두 분리될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며 "미국의 내정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국원은 신장 문제 간섭에 있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신장 인권을 챙길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소수인종 인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국원은 아울러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이유를 남용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국제 무역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또 다른 중국 측 대표인 왕 부장은 회담 직전 미국의 제재 발표에 대해 "우리는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곳에 왔는데,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하는 것은 손님을 맞이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최근 통과된 홍콩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해 '홍콩 자치권 축소'를 이유로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를 가했다.

 

◇ 돌발 상황도…中강력 발언에 블링컨, 기자들 불러세워 : 양 국원은 모두발언에서 미국을 향해 '폭탄 발언'을 이어갔고,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의 퇴장을 막고 중국의 공격에 반박했다.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은 양측이 짧게 회담 요지와 덕담을 주고받는 게 외교상 관례지만, 양 국원은 15분간이나 발언을 이어갔다.

또 그는 "다른 나라들을 괴롭히기 위해 재정적, 군사적 힘을 사용하는 미국은 매우 위선적", "여전히 미국에서 흑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걸 보면 미국의 인권이 최저" 등의 수위 높은 공격을 가했다.

이후 기자들이 퇴장하려고 하자, 미국 측은 취재진을 방 안에 머물게 하며 응수했다. 중국 측의 발언에 자신들의 반박이 더해져 보도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후 블링컨 장관은 양 국원의 발언에 응수하는 추가 발언을 했으며, 양 국원은 이에 더해 2차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이 '외교결례'를 저질렀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의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미국과 사전에 약속된 모두발언 시간을 지키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며 이는 '외교 결례'라고 지적했다.

당초 미국과 중국은 회담에 앞서 2분간 모두발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 대표단 측은 이를 무시하고 발언을 15분이나 이어갔다는 게 미측의 설명이다.

중국의 행태를 비판한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 대표단은 (미국과의 대화보다) 전 세계에 알려질 공개 발언에 초점을 맞추고, 그 내용보다는 웅장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사전 협의 사항을 위반함으로써 중국은 그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비난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의 국가안보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브라우 역시 "양 국원의 행태는 통상적으로 지켜야 하는 외교 회의의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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