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이 '공무원 월북' 판단? 그런 기억 없다"

'軍 감청 원본 파일 삭제' 보도엔 "美와 합의 없인 못 지울 것"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월북' 판단을 국정원이 했을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11일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사건 발생 당시 '이씨가 월북했을 것'이란 판단의 근거가 된 보고서 등을 국정원에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국정원은 그렇게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을 타고 근무하던 중 실종됐으며, 이튿날 북한 측 해역에서 발견돼 북한군에 총격 살해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해양경찰과 군 당국은 당초 이씨에게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가 지난달 1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선 "월북 시도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이날 '국정원과 군의 사정을 잘 아는 여권 핵심인사'를 인용,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는 이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정원에서 관련 보고서나 판단 자료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단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그런 것(보고서)은 없다" "팩트(사실)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박 전 원장은 이씨 사건과 관련한 '우리 군 감청부대의 감청정보(SI·특별정보) 원본파일이 2020년 9월 지워졌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정보를 공유하는 부서지 생산하는 부서가 아니다. (생산은) 군에서 하는 것"이라며 "난 군에서 (SI를) 삭제했는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국정원은 물론, 군이 그런 파일을 미국과 합의도 없이 지울 수 있겠냐"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씨 사건 당시 북한군의 교신 내용 등 SI를 확보하는 과정엔 우리 군뿐만 아니라 미군 자산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원장은 또 이씨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자신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서도 "무슨 내용으로 뭘 고발했는지 아직 모른다"며 "(이번 고발엔) 법적 절차에 하자가 있다. 최근까지 국정원장을 한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자신에 대한 고발 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의 이희동 부장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공안통'으로 알려진 데 대해선 "윤 대통령의 신임이 크다고 해도 없는 사실을 조작할 순 없을 것"이라며 "내가 무슨 혐의로 고발됐는가는 최소한 인권 차원에서도 연락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즉 이씨 사건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했다며 지난 6일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죄) 및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