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첫 소회 울먹…"남인순 사퇴" 사과요구는 단호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의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첫 공식석상 나서…2차피해 우려 촬영·녹음 금지 서명

"저는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첫인사…비교적 담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가 17일 처음 공식석상에 나타나 입장을 밝혔다. A씨는 그간 소회를 말할 때에는 감정이 북받히는 듯 했으나 요구사항을 말할 때는 단호했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A씨의 변호인단과 지원단체가 주최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그간 변호인단을 통해서만 입장을 밝혔던 A씨가 처음 공식석상에서 목소리를 내는 만큼 이날 호텔에는 수십여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취재진들은 피해자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녹음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한 뒤 입장했다.

변호인단과 지원단체 관계자, 지지자들의 연대 발언이 끝나고, A씨는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등장했다. A씨 입장 이후 취재진의 촬영과 녹음은 중단됐고 사진기자와 촬영기자들은 철수했다.

이후 A씨는 "안녕하세요. 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라며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입장문을 읽는 동안 그는 그간의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했다.

A씨는 "긴 시간 잘 이겨내고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 다독여주고 싶다"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추모 움직임 속에서 제가 설 저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말할 때 울먹였다.

2차 가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을 말하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말할 때에는 눈물을 보여 옆에 앉은 김재련 변호사가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른 A씨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요구사항을 말할 때에는 단호하게 표현했다.

A씨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에 대해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조치가 있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 생각"며 비교적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

남인순 의원에 대해서는 "저는 지난 1월에도 남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며 "그 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고 강하게 표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A씨가 피해사실을 밝힌 것이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피해자의 용기 덕분에 선거과정에서 '성평등한 서울' 같은 얘기할 자리가 마련됐다 생각한다"며 "피해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피해자에게 감사와 지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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