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1만원 훌쩍…'직장인 점심 트렌드' 구내식당·편의점서 혼밥

손 떨리는 밥값에 구내식당 '북적', 4000원 편의점 도시락 ‘불티’

외부인에 개방 관공서 식당들 큰 인기…“정부 물가대책 아쉬워”

 

#.대전시청 공무원 A씨(33)는 지난달부터 시청사 1층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외부 음식점까지 이동과 음식 대기 등 시간도 적잖게 소요되는 데다 껑충 뛴 음식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좀스럽게 볼 수도 있지만 뛰는 물가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적 선택일 뿐이라며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역대 최악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현상으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도 바뀌고 있다.

흔히 분식집에서 ‘라면에 김밥’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도 최소 6000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등 외식물가가 천청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공서 구내식당 이용하기 △도시락 싸 오기 △편의점에서 도시락·햄버거 등으로 해결하기 등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도 천태만상이다.

삼삼오오 직장동료들끼리 어울려 점심을 해결하던 모습은 어느새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 것이다.

26일 충청지방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2년 5월 대전 소비자 물가지수’는 107.42로 전년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이처럼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3년 8개월 만이다.

이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이 식량 보호주의 정책을 확대하면서 공업제품 가격 상승뿐 아니라 에너지와 먹거리, 서비스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식용유, 밀가루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런치플레이션(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전지역 주요 외식가격은 △냉면 9000원[전년동월(8300원)대비 700원(8.43%)↑] △비빔밥 9400원[전년동월(8700원)대비 700원(8.04%)↑] △김치찌개백반 7000원[전년동월(6500원)대비 500원(7.69%)↑] △삼계탕 1만3400원[전년동월(1만2600원)대비 800원(6.34%)↑] △칼국수 7000원[전년동월(6400원)대비 600원(9.37%)↑] △김밥 2800원[전년동월(2400원)대비 400원(16.66%)↑]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같은 가격은 통계상 평균 가격일 뿐 행정기관 및 사무실 밀집 지역인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주요 음식점들의 가격은 △삼계탕 1만5000원 △냉면 1만원 △갈비탕 1만4000원 △칼국수 8000원 △비빔국수 8500원 △수육(소) 2만5000원 등 통계치보다 1000~2000원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또, 분식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혼자 라면(3500원)과 김밥 한줄(2500원)로 간단히 먹는다고 해도 최소 6000원이 들 정도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도 구내식당 이용 등 점심값 줄이기 행렬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실제, 대전시 본청 공무원들만 이용하는 시청 구내식당의 경우 큰 폭은 아니지만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이용 인원이 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3500원의 저렴한 비용뿐만 아니라 자율배식, 이동시간 최소화 등 다양한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1개월 식비를 직원들에게 일괄 공제해 직원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전시교육청 구내식당의 경우 확연한 차이는 없지만 최근 이용률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부인들에게 개방되는 대전지방법원과 대전지방검찰청 구내 식당은 인근 지역 회사원들에게 가성비 최고의 식당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법원 인근 세무사무소에서 근무한다는 20대 직장인 B씨(여)는 “외주 업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표준 된 맛과 요일별 다양한 식단을 내놓는다. 가격은 4600원”이라며 “이 근처에서 만원으로 한끼 해결하기 어렵다. 혼밥 눈치 볼 필요도 없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점심 밥값이 1만원을 넘어가자 식비를 아끼기 위한 이른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도 늘고 있다. 개당 4000원대의 도시락은 20~30대 젊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의 소중한 한끼가 될 정도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BGF 리테일 제공)© 뉴스1


점심 밥값이 1만원을 넘어가자 식비를 아끼기 위한 이른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도 늘고 있다.

대전 유성구 궁동 대학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50)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한 사람이 몇 개의 도시락을 사간다. 사무실 직원들과 개당 4000원에 판매되는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모양”이라며 “대학생들 역시 도시락, 햄버거 등을 많이 구매한다. 워낙 물가가 올라 한 끼 해결도 벅차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21일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GS25 49.1% △세븐일레븐 35% △CU 30.1% 각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대전에서 혼밥·혼술 제품 가장 많은 편의점’이라는 광고 현수막이 붙을 정도로 이제 편의점이 ‘제2의 식당·주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직원 수가 적은 소규모 사무실 등에서는 각자 집에서 마련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러-우사태 장기화, 폭우와 가뭄 등 세계 식량작물의 작황 부진 등은 단시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무사안일한 대처가 문제”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편의점 업계에서 4000원대 도시락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대량 구매와 사전 계약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며 “책상에서 경제지표 들여다봐야 소용없다. 현실 속에서 해결방법을 찾는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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