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적자' 전기요금 인상 책임은 한전 탓?…정부, '자구 노력' 미흡 지적

한전,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총 6차례 모두 '인상' 요구했지만 1차례만 반영

물가 안정 이유로 요금 억누르다 추가 자구책 주문…요금 인상 명분 찾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전력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낸 가운데, 요금 인상 강행 시 여론 악화를 의식한 정부가 한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전날(20일) 추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한전 스스로 지난 5년간 한전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에 관한 자성이 필요하다"면서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면 그에 상응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공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을 당초 21일에서 이번 주 안으로 연기한 배경에 대해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면서 "한전의 여러 자구노력 등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충분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전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적자(7조7869억원)를 기록한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재무 여건 개선을 위해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이미 6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자체적으로 나선 셈이다. 

올해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총 적자액 5조8601억원을 넘어섰고, 증권가에서는 최악의 경우 한전의 적자가 올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한전의 이같은 적자 수렁이 2020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한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를 반영할 시기를 놓치면서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특히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까지 '동결' 조치를 내리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눌러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전은 연료비 등락에 맞춰 매 분기마다 논의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2021년 1월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총 6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분기별 ±3원, 연간 ±5원으로 상·하한을 제한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4분기 전기요금만 '3원'을 인상했다.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원'으로 할인한 요금을 인상한 것이어서 사실상 원상복구에 그쳤다. 

6차례의 요금 인상 논의 때마다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정부였다. 정부는 분기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요금을 지속해서 억눌러왔다. 

실제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시행된 2021년 1분기에는 571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이후 2021년 2~4분기를 비롯해 올해 1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전의 전력판매 구조가 발전사로부터 비싸게 사 온 전기를 민간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구조이다 보니, 급등한 연료비 부담을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으며 재정이 악화된 것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핑계로 인위적으로 억눌러 온 전기요금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고, 이에 요금 인상 압박은 점점 거세지며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발전업계·학계 등에서는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고물가 상황 속 여론 악화의 부담을 느낀 정부가 다시 한전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전력판매회사의 비용구조로 볼 때 (한전의) 전력 구입비가 87%로 전력 회사 중 제일 높다. 그 이야기는 자체적인 비용이 가장 낮다는 것"이라며 "(전기 공급을 위한) 재료를 사는데 한전의 돈이 제일 많이 들고 있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기 위한 (수순이 아닐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연료비 구입비 급등으로 인해 6차례나 요금 인상을 요구해 왔던 한전 내부에서도 정부의 '작심 비판'에 난감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전은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조건으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한 만큼, 전날 비상대책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자구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추가적인 대책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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