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수사결과 바뀌어…한심" 해경 내부서도 비난

‘북 피격 공무원’ 사건의 수사결과를 뒤집은 해경에 대한 비난이 내부에서도 거세다. 

20일 해경 등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해경 게시판’에 지휘부를 성토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 게시판은 해경의 메일 주소를 인증한 사람만 글을 올릴 수 있다.

글은 대부분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사망 당시 47세) 사건의 수사결과를 번복한 지휘부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A씨는 “우리 해경은 세월호 사건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본인들의 수사판단 결과보다는 정부의 결정과 판단에 앵무새처럼 답을 읊어대고 있는 한심한 조직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씨 사건에 대해 전 정부 때는 ‘자진 월북’으로 발표했다가 현 정부에서는 ‘월북이 아니다’라고 번복한 점을 문제 삼았다. 수사결과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다.

A씨는 “수사결과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번복할 거라면 수사권이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정권교체와 맞물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결과가 바뀌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조직인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B씨는 “윗선(지휘부)이 배가 산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눈감고 항해하는 듯하다”고 했고 C씨는 “정치 해경들, 명예롭게 면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무능한 지휘 때문에 조직이 흔들린다”, “(자진 월북) 발표는 본청이 하고 사과는 일선서(인천해양경찰서)가 하는 게 맞나”, “지휘부는 본인 영달이나 진급이 아닌 조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 게시판이 지휘부를 겨냥한 글들로 도배됐다.

이씨는 2020년 9월21일 오전 2시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서 당직근무를 서다 실종됐는데, 다음날 오후 3시30분쯤 북한 장산곶 해역에서 발견됐으며 같은 날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 총격으로 숨졌다.

해경은 이씨가 숨진 뒤 2개월여 동안 세 차례 브리핑을 열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실종 당시 신발(슬리퍼)이 선상에 남겨진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과도한 채무에 시달려 왔던 점 △월북의사를 표명한 점 등이 월북의 근거라고 했다.

그러나 사건 1년 9개월이 흐른 뒤 수사결과는 180도 달라졌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16일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씨의 자진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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