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휴대전화 '24시간 소지' 시범운영… 갑론을박 재연

軍당국도 '인권 신장' '부조리 개선' 등 긍정적 평가

보안 문제는 여전히 우려… 기강 해이 논란도 계속

 

군 당국이 병사들의 휴대전화(스마트폰) 소지·사용시간 확대를 본격 추진하면서 그에 따른 찬반 논란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자유·인권 신장과 병영문화 혁신 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많긴 하나, 군의 생명인 '보안'에 구멍이 생기고 휴대전화를 이용한 일탈 등 부작용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사도 휴대전화 사용 일상화… 24시간 소지해도 될까

불과 2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이제 일상이 됐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2018년 4월~2019년 5월 시범운영 뒤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2020년 7월부턴 병사들(훈련병 제외)의 경우 평일엔 일과 후 오후 6~9시, 그리고 휴일엔 오전 8시30분~오후 9시에 휴대전화를 소지·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나아가 국방부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일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약 6개월간 병사 휴대전화 사용 시간 확대에 관한 시범운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각 군별 2~3개 부대의 현역병들은 △최소형(아침 점호 이후~오전 8시30분 및 일과 후 오후 5시30분~9시) △중간형(아침 점호 이후~오후 9시) △자율형(24시간) 등 3개 유형으로 나뉘어 휴대전화를 소지·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했던 훈련병들에 대해서도 △최소형(입소 1주차 평일 30분+주말·공휴일 1시간) △확대형(입소기간 중 평일 30분+주말·공휴일 1시간) 등 2개 유형의 시범운영이 이뤄진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 뉴스1


◇인권 신장 등 긍정적 측면… 부조리 개선 등 정책 의제 설정에도 참여

병사들은 휴대전화로 가족·사회와 소통할 수 있고, 자격증 공부 등 자기계발도 할 수 있다. 군 당국도 휴대전화 사용이 인권 등 기본권 보장과 장병 복지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특정 상황을 부대 내에 전파하는 데도 휴대전화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

무엇보다 휴대전화를 통한 내부 고발이 가혹행위 등 병영 내 부조리 근절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석언 육군사관학교 정치학 강사(육군 대위) 등의 논문 '휴대전화를 활용한 내부고발과 국방정책 의제설정 변화'에 따르면 최근 휴대전화로 제보가 가능한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를 통한 병사들의 병영 내 부조리 고발이 최근 2년여 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확대가 이뤄진 2019년 하반기 '육대전'을 통한 고발은 13건이었으나, 2020년 전반기엔 30건, 그리고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시행된 2020년 하반기엔 38건, 작년 상반기 81건 등으로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변 강사는 "휴대전화 사용으로 병사들이 보다 용이하게 군 내부 문제를 사회 바깥으로 공론화하고자 시도할 수 있게 됐다"며 '육대전'을 통한 내부고발 제보량 증가와 내용의 다양화가 이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특히 작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격리 병사들에 대한 부실 급식, 육군훈련소의 과도한 방역수칙 등 문제가 '육대전'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병사들이 국방정책 의제 설정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軍 보안에 '구멍' 우려 여전… 기강 해이 등 부작용 사례도

그러나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일부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을 하거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암구호를 공유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휴대전화 사용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군사보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군 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7일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카투사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2022.4.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군 당국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진·동영상 촬영에 따른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모바일보안' 앱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휴대전화 기종은 이 앱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휴대전화 카메라에 보안스티커를 부착토록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영관급 장교는 "휴대전화 사용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안"이라며 "보안 앱을 깔면 와이파이(WiFi), 사진 촬영, 녹음 등이 모두 안 되지만 한계도 있다. 그래도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전송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안스티커를 제거해 몰래 사진·동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육대전'에 부실 급식 등의 사진을 제보한 사례도 상당수가 이런 방식을 통한 것이었다.

영관급 장교는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한 '가짜' 내부고발 △단체 대화방에서 빚어지는 비대면 갈등, 그리고 △병사들의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체력단련 등에 소홀해지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군인엔 '절제된 자유' 필요" vs. "'알레르기'적 제한은 안돼"

이와 관련 육군 준장 출신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군인으로서 기본자세를 유지하면서 절제된 자유를 누리는 게 맞다"면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휴대전화는 단순히 통신수단이 아니라 이제 생활 속에서 매우 중요한 보조수단으로도 기능한다"며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알레르기'적 제한은 병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보안 유지 및 근무·교육·훈련시 의무 반납을 전제로 현역병들의 휴대전화 24시간 소지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영관급 장교는 "병영 내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부작용은 병사와 간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결국 개인의 절제력에 달린 일"이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체 군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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