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전격 취소한 경찰청장…"행안부 통제안에 필요한 조치"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발표되면 입장 정리해 발표"

"경찰 의견 반영되도록 합당한 절차 따라 필요한 조치"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을 둘러싼 경찰 내부의 반발이 확산하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예정됐던 유럽 순방 출장을 취소했다. 김 청장은 국장급 이상 지휘부가 모인 긴급회의에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 청장은 오후 5시부터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경찰 서열 네 번째 계급인 경무관 이상 국장급(국관)이 모인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회의는 2시간 동안 진행돼 오후 7시 종료됐다.

김 청장 등 참석자들은 이상민 행안부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권고안과 관련한 진행사항을 공유했다. 오는 21일 권고안이 최종 발표되기 전까지 경찰청장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문위는 앞서 4차례 회의에서 경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다루는 공식 조직(경찰국) 신설을 논의했다. 경무관급 등 경찰관 3명이 파견돼 행안부의 업무를 보조하는 치안정책관실을 정식 직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문위 권고안에는 이 같은 경찰국 신설 방안은 물론 행안부가 경찰의 감찰과 징계 권한까지 넘겨받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청은 "권고안이 발표되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후 논의 과정에서 경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합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민주화 이후 폐지된 '1970~1980년대 내무부(현 행안부) 치안본부식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국이 행안부에 설치되면 대통령으로 시작돼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휘라인이 형성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청장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2박5일 일정으로 잡힌 유럽 순방 출장을 취소하고 자문위의 권고안 관련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 청장은 애초 출장길에 올라 21일 프랑스 리옹에서 인터폴 사무총장을, 22일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유로폴 대표를 면담할 예정이었다. 이번 출장에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나 남구준 국가수본부장이 가기로 했다.

김 청장은 경찰 내 비판 여론이 퍼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본청 소속 중간간부급인 A경정은 이날 오전 경찰 내부망에 "(자문위의) 최종 발표안이 나오고 나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시기가 늦다"며 "국외출장 일정이 있으시다면 행안부의 최종 입장이 나오고 3~4일 후에야 경찰청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라고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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