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빌딩 멘토' 가짜 중개사…중개보조원 '무자격 부동산 거래' 도마 위로

보조원 중개 업무 위법 대행 잦아…5년간 고의사고 피해금액 190억원

"고객 재산 보호 위해 제도 보완해야"…'고지 의무' 법안은 계류 중

 

각종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하며 유명세를 떨친 부동산 중개보조원이 공인 중개사를 사칭했다가 수사를 받게 됐다. 업계에서는 무자격자가 전문 인력처럼 행세하며 소비자들을 현혹할 경우 중개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1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최근 각종 방송에서 자신을 공인중개사라고 소개한 A씨를 공인중개사 사칭 혐의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 의뢰했다.

A씨는 지상파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방송에서 한효주, 이종석, 서장훈 등 여러 유명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부동산 투자를 맡아 왔다고 자신을 홍보했다. 연예인들의 빌딩 구매 사례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자신을 공인중개사 10기라고도 소개했다. 

하지만 협회가 회원의 민원을 받아 조사한 결과 A씨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인 것으로 드러났고, 국토교통부로부터 민원을 이첩받은 강남구청은 그를 수사의뢰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4시간 교육 받고 공인중개사 '위법 대행'…불법 행위, 범죄로도 이어져

이번 사태로 부동산 업계에선 중개보조원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당장 A씨로 인한 피해 사례는 드러난 바 없지만, A씨처럼 중개보조원인 자가 공인중개사를 사칭해 중개 거래를 진행했다가 사고가 나는 일이 잦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무실에 소속돼 중개 현장 안내와 서무 등 공인중개사의 단순 업무를 지원한다. 4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보조원으로 활동할 수 있지만, 별도의 전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처럼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 조정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업무를 불법 대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들이 중개보조원과 공인중개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전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권리분석·법률 해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격증을 대여해 계약서까지 작성하는 일이 다수 있단 것이다.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 행위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사 결과 2016~2021년 5년간 중개보조원 고의 사고로 인한 공제금 청구 금액은 약 193억5300만원이다. 전체 공제사고 청구 금액(약 1182억원)의 20%가 중개보조원이 고의로 사고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는 경기 안산시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일하던 자매가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임차인에겐 전세 계약을 맺는 '이중 계약' 방식으로 보증금 차액을 편취해 수십억원의 사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고객 재산권 보호 위해 제도 보완해야"…'고지 의무' 법안은 계류 중

정부는 안산 사기 사건 이후인 지난 2019년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중개보조원의 부동산 광고를 완전히 금지했다. 공인중개사협회도 관련 교육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중개보조원 고의 사고로 인한 피해금액(공제 사고 청구금액)은 2020년 87억원 규모에서 2021년 약 9억60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 피해가 계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원은 계약서에 이름도 올리지 않고, 수익에 따라 자리를 쉽게 옮기는 탓에 거래에 대한 책임감도 적은 경우가 많다"며 "중개 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보조원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중개보조원의 채용 인원을 제한하고, 중개보조원이 현장 안내 등 중개 업무를 보조할 때 본인이 중개보조원인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돼 제재가 추가되면 중개보조원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일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유자는 약 49만3000명이며 개업한 중개사는 1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자격증 소유자만으로도 보조원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공인중개사 제도를 뒀다면, 최소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책임이 거래에 수반될 수 있도록 중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소비자 재산권 보호를 위해선 중개보조원에 대한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