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통합의 대통령 돼라 하셨을 것" 김건희-권양숙 90분 환담

김 여사, 검은 정장에 흰셔츠 차림으로 봉하마을서 첫 단독 일정

"윤 대통령 '변호인' 보며 눈물"…권 여사 "많이 참으시라" 조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김 여사의 첫 단독 공식 일정이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2시45분쯤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 검정 구두 차림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김 여사가 등장하자 200명에 가까운 환영자들이 박수치면서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라며 환대했다. 김 여사는 수차례 가벼운 목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며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국화 꽃을 헌화, 분향하고 묵념한 뒤 묘소인 너럭바위로 이동, 묵념하고 참배했다.

김 여사는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는 조호연 비서실장에게 묘역과 바닥, 근처 봉화산 등에 대해 질문을 건네고 설명 듣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여사가 묘역을 빠져나와 사저로 향하는 길에도 환영 인파가 박수 치며 반기자 김 여사는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권양숙 여사는 사저 현관문 앞에 나와 김 여사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오후 3시께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비공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 환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힘든 시절 자신과 함께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눈물 흘린 기억을 나눴다. 그러자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노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어라'라고 말해 주셨을 것 같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영부인으로서의 조언도 건넸다. 권 여사는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며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 여사는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권 여사는 "몸이 불편해서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배우자로서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권 여사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며 따뜻한 빵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권 여사는 '김해장군차'를 대접하고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 책 4권을 선물했다.

김 여사는 권 여사와의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에는 '깨어있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을 깜짝 방문, 30분 동안 둘러봤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전시관은 다음달 개관한다. 여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일대기가 전시돼 있고 사진과 기록물 등 유품, 국정 철학과 업적을 소개하는 콘텐츠 등이 마련돼 있다.

김 여사는 전시관을 둘러본 뒤 노무현재단 기념품 가게에서 티셔츠와 우산, 에코백을 구입했다.

윤 대통령은 평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정무수석이 권 여사에게 직접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가 오늘 봉하마을을 가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김 여사의 공개활동 신호탄으로 보면 될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뭐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하나, 작년부터 한 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시간이 좀 안 맞고 해서 (이번에 일정이 조율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여사의 이번 방문 일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 기조를 탈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용한 내조의 범주를 벗어난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직 대통령 부인께 인사드리러 가고 뵙고 싶어서 가서 얘기 듣겠다고 하는 것이 조용한 내조에 속하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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