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쪽 아닌 책상 밑에 시신들…방화 전 흉기 위협한 듯

대구 법조빌딩 화재 사망 2명에 '자창'

경찰,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 감식 진행

 

경찰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조빌딩 방화범이 흉기를 휘두른 후 방화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을 수사하고 있다.

10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A변호사 등 사망자 2명에게서 발견된 '자창'이 흉기에 찔려 생긴 상처로 확인됐다. 전날 현장에서는 방화범이 휘두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 1점이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6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가 범행에 쓰인 것인지 감식 중이다.

앞서 사건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숨진 A변호사의 사무장 B씨는 경찰에서 "방화범이 사무실에 들어와 '다 같이 죽자'는 등 고함을 친 뒤 범행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인화성 물질에 의한 화재 특성상 불을 지르고 나서 흉기를 사용한 것 같지 않다"며 "흉기로 먼저 찌르거나 위협한 뒤 방화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화재 현장에서는 본능적인 탈출 시도로 희생자 시신이 주로 출입문 쪽에서 발견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일부 희생자들이 출입문 쪽이 아닌 사무실 책상 아래 등에서 발견됐다.

이는 방화범이 휘두른 흉기에 공포감을 느껴 책상 아래 몸을 숨기고 있다 순식간에 번진 불길에 화를 당했다는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는 상황에서 사람을 찌를 수 있는 경황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며 "정황상 피해자 중 일부를 흉기로 먼저 찌르고 난 뒤 인화성 물질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에서 경찰·소방·국과수·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2차 정밀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2022.6.1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방화 용의자인 50대 남성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에 있는 7층짜리 건물의 변호사 사무실 2층 203호에 시너로 추정되는 인화성물질이 든 통을 들고 들어가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방화 용의자는 대구 수성구의 한 재개발지역 사업에 투자했다가 분양 저조 등으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에 실패한 그는 시행사 대표를 고소했고, 재판에서 상대측 법률 대리인인 C변호사에게 패소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C변호사는 다른 재판 일정이 있어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 화를 면했으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A변호사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변호사회는 이날 오후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리고 대구지방변호사회장(葬)이나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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