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지키랬더니'…귀갓길 여성 살해한 경찰에 영국이 들끓는다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현직 경찰의 30대 여성 살인 사건 때문에 영국 여성들이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케팅 전문가인 사라 에버라드(33)는 지난 3일 오후 9시30분께 친구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실종됐다. 그녀는 집에서 약 50마일(약 80km) 떨어진 영국 남동부의 한 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9일 경찰은 용의자로 현직 경찰인 웨인 쿠전스(48)를 납치와 살인 혐의로 체포해 구속했다. 쿠전스는 의회, 외교 관련 건물 순찰을 담당해왔다.

◇ 밤길 다닌 여성에 책임 돌린 경찰

현직 경찰의 살인 사건으로 가뜩이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경찰은 사건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까지 해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여성들에게 혼자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뒤이어 여성이 밤늦게 거리를 걷는 것에 대한 비판 등 책임을 여성에게로 돌리는 듯한 발언들을 내놓았다.

화난 영국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녀는 집에 가는 중이었다'(#shewaswalkinghome)와 같은 해시태그를 달며 자신이 밤에 길거리에서 겪었던 두려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한 여성은 트위터에서 "사라 에버라드 사건은 정말 나를 두렵게 한다"며 "그녀는 남자친구와 통화하고, 밝은 옷을 입고, 큰길을 걷고, 자정 전인데도 살해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9만7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코로나19' 이유로 해산 요구했지만 13일 추모 시위 강행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항의하는 일명 '거리 되찾기' 집회도 영국 전역에서 13일 열렸다. 경찰은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를 위반한다며 최고 1만파운드(약 1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수천 명의 추모객들은 에버라드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런던 남부 클래펌의 임시 추모공간에 모였다.

이들은 헌화하고 촛불을 들며 "우리는 사라 에버라드를 기억한다", "자매들의 연대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해산을 촉구하자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너 자신이나 체포해라"라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경찰이 시위자를 강압적으로 진압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자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들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주최 측은 전국 32곳에서 예정된 집회의 벌금 32만파운드(약 5억원)를 모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라 에버라드 추모 공간을 찾은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트위터 제공).

◇왕세손비도 추모…존슨 총리 "할 수 있는 모든 것 하겠다"

추모 공간에는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 관계자는 "미들턴은 결혼하기 전 밤에 런던을 돌아다녔던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한다"고 전했다.

시위 이후 보리스 존슨 총리는 트위터에서 "오늘 밤 (약혼녀) 캐리와 나는 사라 에버라드를 위해 촛불을 켜고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할 것"이라며 "그들의 고통과 슬픔이 얼마나 견딜 수 없는 것인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끔찍한 범죄에 대한 모든 해답을 찾기 위해 빨리 노력해야 한다"며 "거리를 안전하게 하고 여성과 소녀들이 괴롭힘이나 학대를 당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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