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음주운전 2번, 벌금형 소방관…대법, 1번만 인정한 이유는?

"'합리적 의심' 남는다면 피고인에 유리하게 계산해야"

 

하루에만 2차례 음주운전을 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소방관이 대법원에선 1차례만 음주운전으로 인정됐다.

1·2심은 첫번째 음주운전에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 처벌기준인 0.03% 이상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지만, 대법원은 마신 알코올의 양, 음주 시각 등이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아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며 혈중알코올농도를 다시 계산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전직 소방관 A씨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소방관이던 A씨는 지난해 1월1일 오후 3시37분쯤 전북 정읍시 한 아파트에서 식당까지 술에 취한 상태로 약 14㎞ 구간을, 같은 날 오후 5시쯤 또다시 약 4㎞ 구간을 음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차가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하게 운전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차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A씨가 하루에만 2차례에 걸쳐 음주운전한 것을 밝혀냈다. 당시 경찰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방식인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첫번째 음주운전의 경우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41%, 두번째 음주는 0.170%로 판단했다.

1심은 음주운전 2회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고 이른바 '윤창호법(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등을 적용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수사기관에서의 A씨 혈중알코올농도 추산치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윤창호법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이후 A씨는 1차 음주운전 당시 0.041%로 판단한 위드마크 공식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항소했다. 1차 음주를 끝낸 시점이 지난해 1월1일 오후 1시10분쯤이 아니라 낮 12시47분쯤이었고, 몸무게도 72㎏가 아닌 74㎏인 점, 마신 술의 양이 2병이 아니었던 점을 위드마크 공식에 반영해 계산해보면 혈중알코올농도는 0.029%로 처벌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2심도 혈중알코올농도 계산이 부정확하다는 취지의 A씨의 주장이 막연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의 조사부터 1심까지 1차 음주를 끝낸 시점이 지난해 1월1일 오후 1시10분쯤이었고, 몸무게 72㎏, 소주 2병을 마셨다는 공소사실을 A씨가 인정했고 이를 토대로 계산된 혈중알코올농도를 두고도 다투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대법원은 위드마크 공식 적용에 불확실한 점이 있고, 이로 인해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작용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가 음주를 시작한 시점부터 동시에 체내 알코올 분해가 시작된다고 보고, A씨에게 가장 유리한 자료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하면 음주 시작 시점상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과 운전 시작 시점을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1회만 음주운전으로 인정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심 판단 후인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서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윤창호법이 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목록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