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읽는 경제]'소년심판' 부잣집 애들…진짜 대학 잘 갈까?

성적 상위 10% 학생 월평균 사교육비 53만3000원…하위 20% 학생 29만원

사교육비 상위 20% 자녀 상위권 대학 진학 확률, 하위 20%보다 1.83배↑

 

"우리 때만 하더라도 공부만 잘하면 서울대 가는 거 어렵지 않았죠. 물론 저도 서울대 출신이고요. 그런데 요즘은 어림없어요. 부모가 관심 갖고 돈으로 밀어줄 수 없으면 꿈도 못 꾸는 게 서울대라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빼돌린 시험지의 틀린 답안을 그대로 썼다가 딱 적발돼 법정에 선 고등학생 아들 석현 앞에서 그 엄마는 꽤 당당하게 항변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는 아주 마뜩잖은 표정을 짓지만 석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억울한 듯 말을 쏟아낸다.

"학종 하나만 보더라도 기본 국·영·수 내신학원 다녀야지, 그 학원 레벨 위한 '새끼 과외'해야지, 수행평가 도와줄 대학원생 붙여야지. 그뿐인가? 교내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교과 심화 탐구 보고서, 교내 대회, 독서 관리, 입시 상담회, 자기 소개서 면접까지…. 이게 다 돈이랍니다, 돈!"

법정에 선 아들 석현(사진 아래 왼쪽)을 위해 그 엄마(사진 위)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다. (사진=소년심판 캡처) © 뉴스1


대쪽 같은 심 판사에게 석현 엄마의 변명은 물론 통하지 않는다. 심 판사는 석현에게 사회봉사 120시간과 2년간의 장기 보호 관찰 처분 등을 내린다.

그러나 석현 엄마의 말처럼 실제 우리나라의 높은 사교육비는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총 23조4000억원이다. 작년 국가 예산인 558조원의 4.2%에 달하는 돈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 나라살림의 4%가 넘는 돈을 사교육에 퍼부었다는 뜻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5000원에 달했다. 초등학생이 40만원으로 한 해 동안 18.5% 늘었으며 중학생은 53만5000원으로 5.5%, 고등학생은 64만9000원으로 1.0%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규모를 나눠서 살펴본 결과에선 7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썼다고 답한 비율이 15.8%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이 11.3%를 기록했으며 △20만~30만원은 10.3% △30만~40만원은 10.0% △40만~50만원은 9.1% △50만~60만원은 7.7% △60만~70만원은 6.0% 순이었다.

돈 많은 집일수록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컸다. 매달 7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내는 가구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가구 소득 800만원 이상은 35.6%에 달했으나 △700만~800만원은 24.5% △600만~700만원은 20.8% △500만~600만원은 15.5% △400만~500만원은 11.0% △300만~400만원은 6.5% △200만~300만원은 3.3% △200만원 미만은 0.9%에 불과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학생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많았다. 고등학교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3만3000원이었으나 하위 20% 이내 학생은 29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 중에는 매달 7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에 투입하는 비중이 33.3%로 가장 높았다. 성적 11~30%에 해당하는 학생은 70만원 이상 비중이 30.0%를 차지했다. 뒤이어 성적 31~60%가 24.9%, 성적 61~80%가 20.7%, 성적 81~100%가 15.7%의 순이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학계에선 교육이 더이상 지위 상승의 수단이 아니라 부모의 지위를 물려받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는 얘기다.

윤민종 부산대 교수가 올해 2월 발표한 '대입 전형이 고등교육 기회 분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력 분석' 논문을 보면,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상위 20% 가정의 자녀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하위 20%에 비해 1.56~1.83배 높았다.

다만 윤 교수는 이 논문에서 "사회경제적 배경과 사교육비 지출이 대입 전형에 따라 상위권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력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수시 전형이 상위 계층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020년 고교유형별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신입생 수 비율을 비교한 결과 영재학교(38.52%)가 일반고(0.34%)보다 약 113배 높았다고 전했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 기회가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113배 높았다는 의미다. 이 밖에 일반고 대비 과학고(7.45%)는 약 22배, 외고·국제고(4.99%)는 약 15배, 자율고(1.50%)는 5배 수준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또한 '2019 희망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에서 영재학교를 희망하는 중3 학생의 62.5%가 월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했다는 응답을 내놨다면서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인재가 영재학교에 진학할뿐만 아니라 전체 영재학교 학생의 38.52%는 서울대 입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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