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 '英 반도체 업체' 인수 무산 위해 외교적 노력"

WSJ 보도…美외교관, 영국 관리들에게 해당 업체의 이득에 대해 설명

당초 별다른 움직임 없었던 영국, '국가안보 검토' 착수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이 영국의 한 반도체회사를 인수하려고 하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영국 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콰시 콰르텡 영국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주 중국측이 인수하려던 반도체업체의 인수에 대한 '국가안보 평가'를 하도록 했다. 

앞서 중국 윙텍 테크놀로지사는 지난해 7월 네덜란드 자회사인 넥스페리아를 통해 영국 최대의 마이크로칩 공장인 뉴포트 웨이퍼 팹 인수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중국 업체가 뉴포트 웨이퍼 팹의 부채를 인수하고, 별도로 현금 8000만달러(약 998억원)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 중국 업체가 1억 달러(약 1250억원)를 추가 투자하고 고용을 10% 이상 늘리는 조건이었다.  

넥스페리아는 화웨이와 삼성전자 등 거대 가전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지만, 모회사인 윙텍의 지분 중 약 22%를 중국 정부기관이나 국영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의 한 외교관이 최근 몇 주 동안 영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만약 이 업체가 중국에 인수되지 않고 다시 영국 기업으로 남을 경우, 영국이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중요한 칩을 만드는 허브가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외교관은 영국 당국자들에게 해당 계약을 뒤집으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그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영국 정부의 이번 검토는 영국이 최근 외국의 인수에 대해 소급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채택한 새로운 권한에 따른 첫 번째 주요 조사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보도되지 않았던 미국의 활동은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 냉전'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중한 외교의 일환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당초 윙텍의 뉴포트 웨이퍼 팹 인수는 영국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영국 하원의 톰 투겐하트 외교위원장 등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향후 산업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가진 공장을 중국에 넘기는 것이 위험하다며 계약 완료 전 영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반도체업체 매각에 따른 투자와 고용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여론 때문에 영국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가 최근 입장을 바꿔 '국가안보 평가'에 착수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도 일정부분 관여한 정황이 확인된 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첨단 장비업체인 ASML가 중국에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검토 결과 해당 계약이 영국의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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