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날리고 빚더미에 이혼까지…주식 빠진 2030 부작용 심각

2월까지 상담 절반 2030세대…과거에 없던 10대 상담도

"집값 실망에 한탕주의…그래도 투자는 보수적으로 해야"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2018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300만원 가량을 우량주에 투자했으나 결혼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 투자금을 늘렸다. 일주일 만에 1000만원이 1500만원으로 불어나자 이번에는 적금을 깨 더 많은 돈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곧 손실이 발생했다. 그것을 만회하겠다며 선물 옵션에까지 손을 댔다. 그러면서 A씨는 투자 중독에 빠졌고 종일 주식 그래프만 보며 생활했다. 그 뒤 결혼은 했지만 마음이 온통 주식에 가있던 A씨는 급기야 아내 몰래 1억원을 대출받아 주식에 넣었다. 

아내는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자 월급의 행방을 추궁했고 결국 1억5000만원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아내와 이혼한 A씨는 이후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등 피폐한 상태로 지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았다. 밤잠을 못자 직장 일에서도 실수가 잦았던 그는 센터에서 주말 치료를 받고는 재취업에도 성공해 지금은 정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30대 초반 남성 B씨가 주식을 시작한 목적은 용돈벌이였다. 부모님이 월급의 60% 이상을 저축하자 여가활동비를 모으겠다며 주식투자에 나선 것이다.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시작한 B씨는 단숨에 2배의 수익을 올리자 500만원을 추가로 넣었는데 그래도 수익률은 40%나 됐다. 그러다 약간의 손실을 보자 B씨는 만회를 꿈꾸며 레버리지, 선물옵션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2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빚을 갚자 다시 주식 투자의 충동이 밀려왔다. B씨는 중고차 구매 비용을 마련하겠다며 다시 주식을 선택했지만 빚만 300만원이 생겨 또 다시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시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3개월 뒤 3000만원을 대출받아 주식에 넣었다가 날렸다. 

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부모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료를 권했지만 B씨는 빚 탕감을 요구하며 치료를 피하려 하고 있다. 

20대 73명→236명, 30대 323명→579명 주식중독 상담

13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중독으로 센터를 방문한 사람은 1732명으로 2018년 875명, 2019년 1008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상담건수도 5523건으로 2019년 3540건보다 56%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2월까지 두 달 상담건수가 809건에 이르고 상담자도 460명이나 된다. 

지난해 상담자의 연령은 20대가 236명이고 30대가 579명이었다. 전년도의 73명, 323명에 비해 각각 223%, 79% 늘었다. 과거에는 없던 10대 상담자도 25명이나 됐다. 

올해 1, 2월에도 20, 30대가 센터를 많이 찾았다. 1월 방문자 238명 중 105명이, 2월 방문자 222명 중 118명이 20대와 30대였다. 

◇"젊은 층 희망 없는 상황…주식을 유일한 기회로 생각"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주식을 유일한 기회로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에 빠지다 보면 한탕주의에 젖을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주식이라는 기회가 왔다고 보고 어떻게든 올라타려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지금 아니면 미래에 돈 벌기가 점점 어렵고 기회도 사라질 것이라는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낙관적 편향 또는 기대로 일확천금에 도전하기 쉬운데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혼자 조용히 하다 실패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왕 주식 투자를 하려면 주위에 알려 소통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주식 중독은 도박 중독과 유사해 극복하기 어려운만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황선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주식 투자를 위해 남에게 돈을 빌리거나 거짓말을 한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며 "주식에 심각하게 과몰입된 상태라면 개인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지로 극복이 어렵다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1336)로 상담할 수 있으며 무료로 재정‧법률상담 또는 집단 심리치유를 받을 수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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