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경윳값에 설 자리 잃는 경유車…"시동 걸기가 무섭다"

1분기 디젤차 8만5728대 판매…전년比 33.6% 감소

디젤게이트+요소수 대란+ 고공행진 경윳값…친환경차 판매량↑

 

지난해 요소수 대란에 이어 최근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웃돌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유차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한때 '서민의 기름'으로 불리던 경유 가격이 리터(L)당 3000원에 육박하는 등 끝모르게 치솟자 올 1분기 경유차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경유차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차에 시동 걸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경유차(디젤차, 국산·수입 포함) 판매량은 8만5728대로 전년 동기(129169대) 대비 33.6%나 줄었다. 

경유차 판매량은 디젤게이트와 환경 규제 강화 영향으로 최근 몇해 동안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 2012년 718356대였던 경유차 판매량은 2017년 571114대, 2019년 431662대, 2020년 398360대, 2021년 258763대로 줄었다. 경유차 점유율도 지난 2015년 36.4%에서 2018년 35%, 2020년 24%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17%까지 떨어졌다.  

2010년 이후 '클린 디젤' 구호와 함께 경유차 판매량은 크게 늘었지만 2015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디젤게이트)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이 터지며 요소수 고갈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경유차 기피 현상도 한몫했다.

최근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경유 가격은 경유차의 종말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유 재고 부족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제품 수급난이 이어지며 경윳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경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3.19원 오른 리터당 1969.67원이다. 이는 휘발유 판매 가격인 1958.23원보다 11.44원 높은 수준이다. 일부 주유소에선 경유 가격이 리터당 2993원으로 3000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유차 소유주들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국산 경유차를 모는 A씨는 "경윳값 급등에 차 시동 걸기가 무섭다"며 "경유가 휘발유가격을 넘어서는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유차 소유주는 "집에 경유차 2대가 있는데, 요새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고 했다. 

값싼 경유를 찾아 원정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산 경유차를 모는 한 네티즌은 "기름값 대란 전에도 경윳값이 저렴하다고 소문이 난 주유소가 있는데, 요새는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줄이 길다"며 "영업시간이 자정까지인데, 밤 9시가 넘어야 조금 한가해지는 수준으로, 이때 오는 것이 좋다"고 팁을 공유했다.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경유차로 인해 '기름 걱정 없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가 최고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하이브리드차는 6만2277대 팔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한 수준이다. 전기차 판매량은 2만7853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58.8% 늘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과거 친환경차로 취급받던 경유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각종 혜택이나 보조금 등이 줄었고, 배출가스 5등급의 노후 경유차는 운행이 중지되는 등 각종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금 경유차를 사면 10년 후 미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구매 자체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도 "경유 가격이 높아지면 차량 운영비 자체가 늘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각종 이슈에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유차 가격이 점차 떨어지자 소비자 역시 경유차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연기관 차량 중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경유차"라며 "앞으로도 경유차 판매량 감소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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