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한동훈 임명 강행으로…여야 대치 전선 격화

野 "벌건 대낮의 인사 막장드라마" "돌이킬 수 없는 강 건너"

20일 한덕수 인준안 표결…한동훈 이후 민주당 여론 악화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핵심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여야 대치 전선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과 여야 사전환담과 시정연설, 5·18 기념식 여당 의원 전원 참석 등으로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던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임명, 재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 34일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열흘 만이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오늘 한동훈 장관을 전격적으로 임명한 것은 더이상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 장관에 힘을 실었다. 이어 "긴박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하루속히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원팀으로 위기에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이 전혀 도덕성이나 능력, 전문성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점을 드러내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자신들을 향해서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적격자로 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연출하는 벌건 대낮의 '인사 막장드라마'에 낯이 뜨겁다"고 직격했다. 이어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에 협치를 요구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협치를 이야기하고 뒤돌아서는 독선에 빠져있었는가"라며 "한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윤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저희는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기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잠시나마 훈풍이 불던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16일) 국회에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온 윤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과 도움이 절실하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연설 전 환담도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민주당 의원들께서 윤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하지 않고 야당 의석에 올 때까지 남아서 기다려줬다"며 "여당 원내대표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18일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과 윤 대통령, 각 부처 장관들이 대거 참석하기로 하면서 여소야대에 부딪친 윤석열 정부가 국민통합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지목해 온 한동훈 장관 임명으로 협치 분위기도 일순간 깨진 것으로 보인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교체의 맥락이나 대통령의 성향, 당내 세력을 구축해야 하는 대통령의 상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여야 강 대 강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장기간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덕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도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오는 20일 오후 본회의에서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동훈 장관 임명 이후 당내 분위기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본회의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 투표를 하기 위해 양당 수석부대표 간 협의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시대는 국민으로부터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한동훈은 부담이나 변수들을 충분히 감안하고 빼든 카드"라며 "지금 정국의 핵심 중의 하나가 검수완박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과 이를 둘러싼 여야격돌인데, 그 선봉장을 뽑아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일단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충돌하고 나면 사정 한파가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인준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여당에 유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발목잡기' 프레임이 굳어진다면 선거에 더욱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한덕수 후보자를 통과시키지 않으면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국민의힘에 타격을 주지만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지 민주당이 얻는 게 별로 없다"며 한덕수 후보자가 인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목록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