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후쿠시마 다시보기…지진 6시간만에 발전차 가져와도 아수라장

[동일본대지진10년] 그날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어떤 일이?

 

후쿠시마 당시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세 번의 수소 기체 폭발이 있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동일본 지역에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로 거대한 파도(쓰나미)가 밀려왔고, 2011년 3월12일 오후 3시36분 1호기가 폭발했다. 이어 14일 오전 11시1분 3호기에서, 15일 오전 6시10분 4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혼란스러운 당시에는 일본 정부의 수장, 간 나오토 당시 총리를 포함한 누구도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1호기 폭발에 대해 밝혀진 사건 경과를 추렸다.

결론만 요약하면, 근본적인 설계 문제가 '인재'(人災)를 만나 폭발로 이어졌다.

◇비상시에 타격 입은 비상 전원…발전차 가져와도 케이블 모자라 연결 못해

#3월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규모 9 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땅은 약 3분간 흔들렸고, 원전 보호장치는 정상 작동돼 원전은 정지됐다. 그리고 안전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비상 장치(디젤 발전기)는 제대로 작동해 안전 기능을 유지했다. 원전은 지진에는 버틴 셈이다.

문제는 약 40분 후 밀려오기 시작한 7차례의 쓰나미였다. 특히 15m 수준의 두 번째 쓰나미가 큰 피해를 줬다. 바닷물이 부지로 내려와 건물로 유입, 비상 디젤 발전기가 멈췄다. 1~4호기 모두 교류 전원이 차단됐다. 다른 전력원인 배터리도 해수에 피해를 보았다.

디젤발전기와 배터리는 비상시 원전의 안전 장치를 가동하는 역할을 한다. 비상 전원이 없으면 원전이 정지하더라도, 핵분열이 멈춘 이후에도 나오는 열에너지(붕괴열)를 제거하고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등의 중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냉각수 주입 등이 안돼 붕괴열이 제거되지 않으면 노심용융(멜트다운·핵연료를 담고 있는 노심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시작되고, 연료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파도 10m 정도를 예상해 설계됐다. 반면 지진 발생 지점에서 더 가까운 오나가와 원전은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건설 담당자가 15m까지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관철됐기 때문이다.

원전에는 비상전원으로 디젤발전기와 배터리외에도 이동식 발전차량이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어땠을까?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발전차가 규정에서 정해놓은 지역 바깥에 있었고,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혼란스러운 도로 상황에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전원공급을 위해 '발전차 확보'를 시급히 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몰렸다. 관련 문헌에 따르면 간 나오토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발전차 수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오후 9시께, 지진이 일어난 지 약 6시간 지난 후에 발전차가 후쿠시마 원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총리실 등에 알려졌다. 관계자들의 안도감은 2시간을 넘지 못했다. 당일 오후 11시께 발전차를 구했지만, 발전차에서 원전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 케이블이 모자란다는 소식이 총리실 등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후 전원이 일부 연결됐고, 격납용기의 압력이 상당히 높아 원전이 위험한 상태라는 점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3월12일

지르코늄(Zr)을 이용한 합금은 핵연료에서 나오는 고온에도 견디는 특성 때문에 원전에서 쓰인다. 문제는 일정 온도 이상의 지르코늄과 수증기가 만나면 반응해 수소 기체를 뽑아낸다는 것. 원전의 전원 문제로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원전 내부는 뜨거운 상황이었고, 기존에 있던 냉각수는 수증기로 변한 상태였다.

이렇게 발생한 수소 기체는 원전 격납 건물 상부에 모였고, 오후 3시36분에 폭발했다. 폭발 사실은 해당 지역 감시 영상을 확보했던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간 나오토 총리 또한 폭발 후 약 20분이 지나서야 관련 정보를 보고 받을 정도로 원자력 관계자 간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존재한다. 실제 공식적인 폭발 관련 기자회견은 오후 6시께 이뤄졌다.

이어 7시, 바닷물을 이용한 냉각 작업이 시작됐다. 이렇게 급한 열을 식힌 후 며칠이 지난 후 전력이 복구되면서 1호기는 안정을 찾게 된다.

◇지진 발생 3일 이후에 터진 3호기, 정지한 상태에서 폭발한 4호기 왜?

3호기의 초기 상황은 1호기처럼 디젤 발전기는 손상됐으나, 일부 비상 배터리 전원은 살아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악화된 건 12일이었다. 원전 안전 장치 일부(RCIC)가 갑자기 정지해, 3호기 역시 냉각 문제가 대두됐다. 문제는 1호기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냉각수를 가져온 소방차를 3호기에도 활용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 다행히 다른 비상 장치가 작동해 원전 냉각이 이뤄졌다.

12일 오후 8시36분 그동안 버티던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어, 원전 상황을 파악하는 장비도 작동하기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최대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담당자들은 잠시 냉각수 주입을 멈추고, 원전의 높아진 압력을 낮추기 위한 작업을 시행한다. 냉각수 주입을 섣불리 멈춘 것은 오산이었다.

전원 부족으로 인해 수동으로 압력을 낮추는 밸브를 개방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냉각수도 공급이 안되고, 감압도 실패하면서 온도 상승-노심 용융-지르코늄·수증기의 반응과 같은 1호기의 상태가 반복됐다. 수소 기체가 발생한 결과 3월14일 11시1분, 3호기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4호기는 지진 당시 원전 운전이 정지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관심은 다른 원전에 쏠려있었다. 4호기는 내부 구조 교체 작업을 위해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사용 후 연료 저장조에 옮겨져 있었다. 폭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3호기 수소 가스가 4호기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3호기와 4호기는 굴뚝을 공유하는데, 여기에 역류 방치가 없었다. 그 결과 3호기에서 생성된 수소 기체가 4호기에 모여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0년 도쿄전력 원전 사고 이후 독립조직으로 만들어졌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3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후쿠시마의 비극에서 배울 점은?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원자력 학계 등 전문가들은 △설계 차원의 문제 △안전 정책 문제를 짚는다.

우선 설계 차원에서는 앞서 언급한 낮은 파도 대비 방호벽, 비상 전원의 위치(침수가 쉬운 위치에 둠) 외에도 비등수형 원전 자체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비등수형은 핵분열로 발생하는 에너지에 의해 더워진 물을 바로 터빈에 활용한다. 구조가 단순해서 비용, 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방사선에 오염된 물이 터빈까지 이동하게 되므로 원자로 격납고의 분리에서 불리하고 사고 발생 시 대응할 시간도 짧다. 애초에 대응 시간이 짧은 상황에서 전원이 차단되고 발전차 투입이 지연되면서 사고가 커진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가압수형을 사용하고 있다. 가압수형은 한번 더워진 물이 또 다른 물을 덥히고, 간접적으로 더워진 물이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간접적으로 가열하기에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고, 추가 설비를 위해 격납고의 규모가 커져 건설비용도 증가한다. 대신 거대한 격납고 덕분에 수소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작다.

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가 2013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규제 기관의 독립성·전문성 부족 △지역적 재난 특성 반영 부족 △중대 사고 대처에 대한 사전 투자 부족 △비상 대응 절차서의 형식적 준비 △계측기 부족으로 인한 상황 파악 어려움 △도쿄전력 및 일본 원자력 산업 전반의 유착 문화 등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중대 사고 동시 전개에 따른 자원 부족도 상황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후쿠시마의 교훈을 반영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 조직으로 분리하고 후쿠시마에서 드어난 중대 사고 대응 방안을 원전에 적용하고 있다.

기사 작성에는 기무라 히데아키가 관련자의 증언 등을 종합한 '관저의 100시간',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지은 '한국형 원전 후쿠시마는 없다', 원자력 학회가 2013년 발간한 '후쿠시마원전 사고 분석 최종 보고서'등을 참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