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위협하는 소비자물가…'물가 위기' 심각 단계로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우크라 전쟁에 치솟는 국제유가…4월 물가상승률 4.8%

보복소비·추경 더해져 물가 더 오를 듯…5월 5%대 전망

 

#금융권에서 일하는 김모(51) 부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술집을 찾았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저녁 약속을 좀처럼 잡지 않았던 김 부장은 간만에 거래처 사람들과 만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텅 비었던 술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부딪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손님에 기쁜 비명을 지르는 식당가를 물가당국은 잔뜩 긴장한 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치솟은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서다.

게다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물가는 5% 선마저 위협하며 심각 단계로 접어들었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른 106.85를 기록했다. 올해 1~4월 누계 지수를 전년 동기 대비로 따져보면 4.1%를 나타냈다. 올해 남은 기간 월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1% 이상으로 나올 경우 연간 물가상승률이 4.1%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나 금융권은 이번 달 물가상승률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이미 4.8%로 5% 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번 달에는 '보복 소비' 효과까지 더해져서 5%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가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달 물가상승률이 5%대 초반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인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월평균 두바이 유가는 지난해 4월만 하더라도 배럴당 62.9달러였으나 올해 4월 102.8달러로 1년 새 63.4%나 올랐다.

연간 국제유가 전망치도 배럴당 100달러는 가뿐히 넘는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경제기관의 올해 연간 국제유가 전망치(브렌트유 기준)는 △미 에너지정보청(EIA) 배럴당 103.3달러 △해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118.4달러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 100.3달러 △5개 투자은행(IB) 평균 102.5달러 등이다.

전 세계적인 가뭄과 폭염은 물가 우려를 더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세계적인 곡물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 차질에 직면한 와중에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에 심각한 가뭄이 찾아와 밀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어서다. 가뭄에 시달리는 모로코와 폭염을 겪는 인도에서도 밀 흉작이 예상된다.

미 농무부(USDA)는 2022~2023년 전 세계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446만톤 감소한 7억7483만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2018~2019년 이후 첫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다.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거시금융상황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론 민간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 리스크 요인을 짚어보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화두는 단연 물가였다. 대통령 대변인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거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물가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임금 부문까지 전이돼 상호 상승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의 위기감은 더하다. 한은의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결정한 지난달 14일 회의에서 "물가 기대심리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현재는 더 명백하고 현저한 위험인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의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