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도전]'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호만…사람도 정책도 안보인다

 21세기 디지털 대전환기 맞아 국가 혁신이 걸린 문제

 "과학기술은 직접 챙기겠다" 무색해진 공약…ICT·과기계 '홀대론' 몸살

 

정권 교체로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정작 그 바탕이 되는 ICT 및 과학기술계에선 '홀대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후보 시절 "과학기술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대전환기에 맞게 국가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대응이 불가피하지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외치는 구호만 들릴 뿐, 이를 수행할 '사람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 차관 인사에서 2차관실만 빠져…다시 불거진 '홀대론'

지난 13일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급 인사 발표에서 'ICT 홀대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과기정통부 차관급 인사 3명 중 2차관(ICT)을 제외하고 2명의 차관 인선만 발표된 것이다. 오태석 1차관(과학기술)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관료 출신이고,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같은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재직 중인 교수 출신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과 함께 2차관 내정설이 돌았던 과기부 A국장이 발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국장이 공채가 아닌 박사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고, 국장급이 곧바로 차관급으로 승진한 사례가 없는 등 파격 인사인 만큼 정부가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정부의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불거진 ICT홀대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 구성 초반때도 과기정통부 2차관실 관료들만 인수위 참여가 배제되면서 과기정통부가 발칵 뒤집혔다. 

과기정통부는 인수위 파견 전문위원으로 ICT 국장 2명과 과학기술 국장 2명을 추천했지만, 2차관실 추천인사 2명이 빠진 것. 과기정통부와 예산과 소속 공무원 수에서 뒤처지는 방송통신위원회도 국장 1명과 과장 1명을 인수위에 파견한 것과 비교될 정도였다. 여기에다 과기정통부 2차관실이 당시 거버넌스 개편으로 신설이 예상됐던 디지털미디어부로 흡수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ICT홀대론은 더욱 힘을 받았다. 논란 끝에 인수위는 2차관실 소속 국장 1명을 인수위에 파견하도록 결정했고, 홀대론은 가까스로 잦아들었다.

◇靑직제개편 과정서 불거진 '과학기술 홀대론'…과학기술보좌관 대신 과학기술비서관 신설

하지만 잠잠한듯 했던 홀대론은 청와대 직제개편 과정에서 '과학기술 홀대론'으로 다시 불거졌다. 효율적인 정부를 구상중인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3실장 8수석' 체제인 청와대 조직을 '2실장 5수석 1기획관'체제로 축소하면서 청와대 정책실장실 산하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마저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5.2/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이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윤 당선인에게 새 대통령실에 '과학교육수석'을 신설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공개했고, 과학기술계 주요 단체들도 "대통령실 내에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전 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호소문 발표로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과학기술계의 염원인 '과학교육수석'은 신설되지 않았다.

정부는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를 폐지하는 대신 경제수석실 산하에 과학기술비서관 자리를 신설하고 조성경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 교수를 임명했다. 전문성을 갖춘 관료를 비서관으로 대거 발탁한 것과 달리 과학기술비서관만 외부인사인 교수가 기용됐다.   

'과학 대통령'을 표방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공동정부 구상까지 언급하며 새 정부가 탄생했지만 실상 ICT 및 과학기술은 홀대론에 갇혀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모든 데이터 연결 새 가치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 만들 것"…부처간 칸막이 철폐 약속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2일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TF(태스크포스)가 준비한 '디지털플랫폼 추진방향'을 발표한 자리에서 "모든 데이터를 연결해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디지털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민관 협업으로 해내겠다"고 밝혔다.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기본 원칙은 △국민과 함께 혁신하고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생태계 조성 △공공데이터 디지털 방식 전면 개방 △공공서비스, 국민적 관점에서 통합·선제적 맞춤형 제공 △부처간 칸막이 철폐 △행정프로세스 재설계 및 조직문화·인사제도 혁신 △인공지능·데이터 기반의 정책결정 과학화 △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한 이용환경 보장 △데이터와 서비스의 민관 공유를 위한 개방형 표준 마련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 등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TF를 이끌고 있는 고진 팀장은 "새정부 출범 직후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추진체계를 발족할 예정"이라며 "이와 동시에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을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TF는 오는 6월 10일까지로 활동 기간을 연장해 디지털플랫폼정부 민·관 합동위원회 출범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정권 초반부터 불거진 '홀대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완성되기 위해선 인프라, 사람, 서비스가 결합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비스만 얘기가 된 상황"이라며 "이 세가지 요소가 어떻게 채워지느냐에 따라 ICT·과학기술 홀대론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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