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韓 갈등…"승자독식·선악론 휩싸인 정치문화가 원인"

[뉴스1 전문가 좌담회] 선거제개편·열린토론이 해법

"혐오·차별 맞서는 사회 분위기 없고 약자에 대한 공격 늘어"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 갈등, 결국 정치가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일 '어쩌다 혐오 사회가 되었나? 그 해법은?' 주제로 열린 뉴스1 온라인 좌담회를 통해 최근 갈등 차원을 넘어 혐오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승자독식 정치제도와 선악론에 휩싸인 정치문화를 대한민국 진영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적으로는 촛불혁명 이후 국민을 결집할 수 있는 의제를 수립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를 지적했다. 이른바 '대한민국 리셋'을 통해 갈등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도리어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최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이 많이 늘어난 반면 미국·유럽 사회와 같이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사회적 분위기조차 실종됐다는 경고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사회갈등의 해법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선거제 개편을 통해 국회가 갈등 유발이 아닌 해소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의 변화, 갈등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열린 토론과 사회적 담론 수준 제고, 인터넷 공간에 대한 사회적 논의 등을 권고했다.

좌담회에는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국회의원,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 '혐오전문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20대인 임명묵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저자가 참석했다.

-대한민국의 사회적 갈등이 최근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앞으로의 전망은.

▶홍성수 교수=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다원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주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인구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데, 정치인들은 이주민 문제를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둘째는 장애인, 성소수자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살 가능성이 높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인정하지 않고 관용이 없으면 사회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 하나는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 위기가 왔을 때 혐오와 차별이 심각해진다. 자연재해, 전쟁,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경제위기 상황에서 혐오가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도 사회적 위기가 고착화되면서 사람들이 혐오에 취약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려하는 부분은 최근 약자에 대한 공격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강자와 싸우는 게 힘들고 패배 경험을 하고 나면 만만한 사람들, 즉 이길 수 있는 사람들 상대로 공격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이주자와 무슬림, 성소수자, 소수민족이 대상인데 한국에서는 여성이 대상이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그 만큼 기대감도 컸는데, 사회·정치·진영 갈등은 크게 늘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윤태곤 실장=최근 한국의 갈등 상황이 두드러진 것은 맞는데, 예전에는 사회가 평안하고 아름답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1948년 이후 이념 대립에서 출발해 5·16 군사정변으로 강제적으로 프레임 전환이 됐다. 그때에는 생존과 경제성장의 문제였고 독재와 저항의 대립각이 생겼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노동과 자본의 대립, 영남과 호남의 대립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갈등'이라고 말하지 않고 '큰 대립'이라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갈등은 그것보다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갈등의 양상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치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갈등이 증폭된 부분은 모두의 책임이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을 조금 더 묻자면 대한민국 전체가 나아가야 할 깃발을 세우지 못했다. 촛불 혁명 직후 대한민국 리셋이라는 부분이 부족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산업화 문제' 의제를 꺼냈고 상당한 개혁적 조치가 이어졌다. 반면 문 정부는 세월호 사건과 촛불혁명 이후 의제를 세우지 못했고, 갈등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현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선거로 이어졌다.

-국회 현장에서 느끼는 정치 갈등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조정훈 의원=어떤 사회든 혐오 총량의 법칙이 있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혐오를 배출할 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영남·호남 갈등은 젊은 청년들에게 의미가 없어졌고, 이것들이 분산되어 다양한 혐오와 갈등이 배출됐다. 정치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업이다. 정치가 그것을 못하고 있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해관계 충돌이 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그렇다. 일등 독식 정치 제도가 문제다. 대통령 선거 일등이 100% 권력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잘 되면 제로 섬 게임에서 내가 줄어드는 게 명백하고, 정치라는 노골적인 욕망과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곳에서는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두 번째, 우리 정치문화가 선악론으로 휩싸여 있다. 내 진영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다. 선과 악이 합의하면 변절자고 회색분자가 된다. 진영이 주는 방패 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두 부분이 정치를 갈등 해소 시스템이 아닌 갈등 증폭 시스템으로 만든다. 이런 것들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혐오와 갈등이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으로 증폭 발현되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

-사회의 다양해진 요구를 수용하고, 양당제로 인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중대 선거구제 관련해 양당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비례대표제를 통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또 중대 선거구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 될까.

▶조정훈 의원=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2020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임시 조항이다. 21대 총선에 한해 적용하는 것이라서, 2024년 총선은 수정이 필요하다. 6·1 지방선거가 끝나면 양 진영에서 정치제도 개편과 총선 룰 변경을 이야기 할 텐데, 하나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해 직능·세대·직종별 대표로 가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선거구를 넓혀서 중대선거구로 가는 것이다. 모든 선거구를 5인 당선 60개로 만들고 비례대표를 없애는 식이다. 국민들이 비례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중대선거구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4등이 5% 이하를 득표했을 때 과연 국민 대표로 당선되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 이를 수정보완 해서 최소득표제로 하면 일등 독식을 막는 개편이 될 것 같다. 이를 통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때 정치가 완벽하지 않지만 갈등해소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위한 실질적 해법이 있을까

▶윤태곤 실장=처음에는 광장이 진보진영의 것이었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온라인이 진보의 것이고 광장은 한동안 태극기 부대가 점유했다. 이제는 온라인도, 광장도 누군가의 비대칭 무기가 아니다. 보수 진보 청년 어르신 남자 여자 전부가 점유 가능하다. 이렇게 되다보니 정치인들은 결국 리더가 아니라 팔로워가 되어 가고 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처럼 인기는 없지만 갈등을 낮출 수 있는 쪽으로 가자는 흐름이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독립적 성향의 지도자도 있다. 갈등 해법도 탈정치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도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수 교수=최근 서유럽에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해왔던 일들과 미국이 인종차별에 맞서서 해왔던 일들이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국에서 종종 인종차별적인 사건 일어나고 갈등이 격화되지만 시민사회의 반작용이 있다. 시민사회의 대항하는 힘도 굉장히 크다. 이 때문에 갈등이 극단적으로 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재선은 막았다. 
한국의 경우 문제의식 수준이 미국 유럽에 비해 취약한 상태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반대 시위에 흑인들만 참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백인 동양인 사회 전체가 나섰다. 경찰이 막으면서도 시위 취지에는 동참한다며 무릎 꿇고 막는 일까지 있었다. 한국에서 과연 이주자나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격한 대립과 갈등이 일어났을 때 사회가 이런 식으로 대처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지금부터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변화의 에너지가 엉뚱한 것에 소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사회적 불만과 해결에 대한 에너지가 여성가족부 폐지 쪽으로 가는 것은 낭비고 손해다.

▶윤태곤 실장=믿지 않은 말 중에 하나가 국민은 훌륭한데 정치가 문제라는 말이다. 정치 도구적인 측면서 한 가지를 첨언하면 '마지막 댓글에 대한 욕심을 버려라'이다. 조국 윤미향 사태를 보면,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면 반박 글이 올라오고 댓글이 붙는다. 글과 반박 글 대여섯 개, 스무 개, 서른 개를 보면 판단이 선다. 억지로 계속 댓글을 달고, 같은 맥락을 가지고 또 댓글을 달고, 이런 식으로 백 개, 천 개, 만 개로 이어지니까 사람들이 분노하게 된다.

▶홍성수 교수=기본적으로 사회적 담론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열린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방식의 토론으로는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다. 예전보다 높은 수준의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언론과 교육, 정치의 역할이 있고, 수준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도 해야 하는데,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하향평준화 되다 보니 이쪽에서 극단적인 사례를 가지고만 얘기하면 저쪽에서도 똑같은 논리로 얘기한다. 이처럼 극화되는 게 문제를 꼬이게 한다. 담론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 갈등 완화의 방법이다.

▶임명묵 작가=사회 갈등이 지금 정치권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인식이 되지만, 첫 발원지는 사회의 작은 영역이었고 잘 포착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었다. 우리가 포착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변부에서 발생한 새로운 움직임들이 어떻게 중심부로 흘러들어가고 주도권을 가져갔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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