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에도 59조 추경 강행…물가·금리 상승 악순환 우려

尹정부 첫 추경…성장률 상승 효과보다 물가 상방 부담 더 커

경기 악화 시 3차 추경 가능성도…"재정 감당 쉽지 않을 것"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발표됐다. 정부는 국채발행없이 초과 세수를 기반으로 추경을 편성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월 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등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의 추경 편성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이자 올해 두 번째 추경안을 의결했다. 추경 규모는 총 594000억원으로 지난 2020년 3차 추경(351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370만개사에 업체별 매출액과 피해수준, 업종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00~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등 총 263000억원을 투입하고, 방역보강에 6조1000억원, 민생·물가안정에 3조1000억원 예비비 보강에 1조원 등을 편성했다.

여기에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으로 23조원이 편성되는데, 이 역시 향후 지방정부의 재정지출로 소요될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등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외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고, 이것이 가공식품 등 전반적인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3월 4.1% 상승해 10여년 만에 4% 상승률을 돌파한 데 이어 4월에는 4.8%로 한달 만에 0.7%포인트(p) 더 올랐다. 4.8%의 물가상승률은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출하는 현금성 이전지출은 강력한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물가상승률이 5%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안 편성은 물가 안정과는 정반대로 가는 정책인 셈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p를 올리는 등 지난해부터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대규모 추경 편성은 물가를 억누르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와 '엇박자'를 내며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59조원은 본예산의 10%를 넘고 우리 경제 GDP의 3%에 달하는 큰 액수"라면서 "국채발행없이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초과세수를 끌어쓰다보니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경 편성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선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역기능이 더 커보인다"면서 "추경→물가상승→금리인상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정부가 국채발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너무 많은 재정이 풀리다보니 물가 상방 압력, 나아가선 부동산 가격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또 "미국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면서 "이 경우 하반기 또 한 번 추경편성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때를 위한 재정 비축이 어느 정도 이뤄졌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이 소상공인 등 지원이 더 절실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전 지출로 인한 물가 상승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전지출이 물가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정부 소비와 정부 투자 대비 영향은 3분의1에서 5분의1로 제한적인 편"이라며 "코로나 극복 과정과 고물가·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소상공인과 서민계층에 대한 지원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과 물가안정대책과의 조화 등 정책을 준비해 물가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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