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도전]"언제 터질지 모른다"…젠더·세대·빈부격차 '갈등 화약고'

尹대통령, 양극화 심화·사회적 갈등 우려…빠른 성장으로 해소

전문가들, 다양한 의견 경청·지역 균형 발전 등 제언

 

대한민국 곳곳에 팬 갈등의 골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0.73% 포인트)였던 20대 대선은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은 작은 불씨에도 순식간에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12일 뉴스1이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Tapacross)에 의뢰해 언론 기사와 소셜미디어(SNS)에서 2018년 이후 갈등 관련 언급량 데이터를 추출·분석한 결과(갈등 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사회 종합갈등 지수는 누적 기준 178.4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100)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은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여러 갈등 유형 가운데서도 젠더(성)·세대·지역 갈등과 빈부 격차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역시 우리 사회의 양극화 심화, 갈등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과학, 기술, 혁신을 통한 빠른 성장으로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갈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의견에 대한 경청, 노동 약자의 저임금 문제 해결,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제언했다.

◇ 여혐·남혐 논란 여전…"남녀 갈라치기 안돼"

20~30대를 중심으로 번진 젠더 갈등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군대를 왜 남자만 가느냐' '취업시장은 남성에게 유리한 구조고 유리천장 역시 굳건하다'는 서로를 향한 미움이나 분노, 불만은 누적된 지 한참이다.

갈등 지수에서도 젠더 갈등은 진영 갈등(64%)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젠더 갈등은 지난 2019년 3분기까지 소강상태였다가 n번방 사건을 거치면서 확산했고 정치권이 대선에서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면서 더욱 악화했다는 평가다. 

또한 취업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20대 남녀의 갈등이 깊어진 측면도 있다. 젠더 갈등으로 20대 남녀가 서로를 이대남, 이대녀라고 비하하고 여혐·남혐 논란도 거듭됐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도 이어졌다. 

젠더 갈등은 대선 표심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 중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이 58.7%인데 반해 이재명 후보는 36.3%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20대 이하 여성은 이 후보가 58%, 윤 대통령은 33.8%였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젠더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여성가족부 폐지에만 매몰돼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부처의 (정책에) 성차별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부처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꼰대·틀딱 vs 클럽충…"양질의 일자리 늘리는데 최선 다해야"

세대 갈등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정된 일자리, 전혀 다른 성장 환경 등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세대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더 확산했다. 지난 2020년 2분기 지수는 109.3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이태원 클럽 등을 통해 집단감염이 생기자 노년층은 청년층을 비난했고 반대로 노년층이 주로 참석했던 대규모 집회에 청년층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된 40~50대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는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꼰대나 틀딱이라고, 노년층은 젊은이들을 클럽충이라고 비하한다. 대선에서도 세대별로 투표한 후보가 뚜렷하게 갈렸다. 윤 대통령은 20대 남성과 60대 이상에서, 이 후보는 40·50대에서 우세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대 갈등 발생 원인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대결 구도"라며 "대표적인 세대 갈등이 정년 연장 문제인데 연장하더라도 청년의 일자리가 줄지는 않는다.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많이 늘리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며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지속 가능하지도 못하다"며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산업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 갈등은 약화 추세지만…"균형발전·지역별 인재 고루 등용"

지역 갈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지역 갈등은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최고조에 달하고 이 과정에서 감정의 골 역시 깊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묻지마 투표로 특정 정당에 몰표가 나왔고 다른 정당의 지역 내 진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역을 비하하는 각종 용어는 사라지지도 않고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지역 갈등은 과거에 비해 약화하고는 있다.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해졌고 지자체, 지역사회의 노력 등이 가미된 효과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주의의 망령은 떨쳐 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에서 75.14%, 경북에선 72.76%를 얻었고 부산·경남에서도 각 58.25%, 58.24%를 얻었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광주에서 84.22%, 전북에선 82.9%, 전남에선 86.10%를 얻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통합을 위해 힘써야 한다"며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역별 인재를 고루 등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성세대들이 지역감정을 앞세워서 갈등하지 않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로 심화한 빈부격차…"부동산 공급 늘려야"

우리나라의 빈부격차 역시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헬조선, 흙수저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생긴 지도 오래인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소득층은 더 벌고 저소득층은 덜 벌면서 빈부격차가 커졌다. 

신한은행이 공개한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 소득은 5.9% 늘어났는데 하위 20%는 1.1% 감소했다. 이들 계층 간의 소득 격차는 4.88배에서 5.23배로 벌어졌다. 

또한 부동산 가격 상승도 빈부격차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집값이 조정 국면을 거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쏠림 현상이 심화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수행해야 할 최우선 국정 목표 중 빈부격차와 경제 양극화 해소가 15.1%를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제로 빈부격차 해소로 꼽히는 이유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과 의지를 보여줘야 하고 노동 약자의 산재 사망 문제나 저임금 격차 문제 등을 해결할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빈부격차 중 가장 큰 것은 자산 불평등이고 정부는 그 가운에서도 부동산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현실적으로는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적인 수를 늘리는 것도 있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 맞게 맞춤형 주거시설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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