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복지부 장관 임명 강행수순…'의료민영화' 미칠 파장은?

국내 첫 영리병원 '제주녹지국제병원' 존폐 여부도 도마에

尹 "비대면 진료 피할수 없는 현실"…시민·의료단체는 '반발'

 

윤석열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의사' 출신인 정호영 후보자가 내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주 녹지국제병원 등 영리병원 설립, 비대면·원격진료 등 의료민영화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민영화란 국가와 비영리단체에서 관리하던 의료기관, 의료보험의 관리와 운영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 공공부문에 대한 규제완화를 내세우며, 의료민영화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시민단체와 일부 보건의료단체는 의료격차, 의료공공성 훼손, 의료비 증가 등을 우려하며 법제화를 반대하고 있다.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존폐는…'유보적 입장' 밝힌 尹

의료민영화 논쟁 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존폐여부다.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지난 2015년 설립승인을 받은 후 제주도에 설립한 병원으로, 지난 2018년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으로 개원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국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기관,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원만 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 병원에서 수익이 난다고 할지라도, 연구, 장례식장 등 병원 내 부대사업, 임금 등 제한적인 곳에서만 쓸 수 있다.

그러나 영리병원 설립이 허가되면 기업, 민간투자자가 투자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고, 수익금을 회수해 병원과 관계없는 시설에 재투자할 수 있다. 또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진료만 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영리병원 허가로 국민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의료자원과 인력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의료서비스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백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전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장)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 의료취약지 같은 문제에서 민간병원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며 "특히 시골에 가보면 민간 병원도 다 없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진단과 강화 방안부터 먼저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영리병원에 대한 찬반여부는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영리병원에 대해 "법원 판결의 취지를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영리병원에 국내 처음으로 조건부 허가를 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점,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공공의료 강화를 기반으로 한 '문재인 케어' 개편을 예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간 주도의 의료체계 개편에 다소 우호적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 허용, 의료민영화 판도라 상자 여는 것…수혜자는 '국민' 아닌 기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 2월24일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도 의료민영화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19일 인수위 청년소통 태스크포스·복지부 관계자가 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를 방문해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논의하면서 부터다.

비대면진료는 감염병위기경보 '심각' 단계인 상황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낮아지고 위기경보도 '경계'로 낮아지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도 불법과 합법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해 12월 비대면 진료와 관련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발표한 '윤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그대로 담겼다. 국정과제안에는 'ICT를 기반으로 동네의원이 만성질환에게 케어플랜,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만성질환 예방관리 강화' '의료취약지 등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의료연대본부 등 시민단체는 대학병원 쏠림 문제,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우려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은 다음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약사회도 질병 치료와 상관없는 증상까지 무제한으로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2만 약사 결의대회'에서 "비대면 진료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국민도 의사도 약사도 아니다. 최대 수혜자는 웨어러블 기기, 플랫폼 등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는 국민 건강을 돈벌이 수단과 맞바꾸고 의료민영화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 그은 정호영…복지부장관 되더라도 '의료민영화' 실행은 미지수

새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고, 이틀 뒤인 12일에는 정 후보자 등을 비롯한 장관 후보자를 정식 임명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 인준을 거부하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권한 대행으로 장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는 '플랜B'도 거론되고 있다. 취임 당일 윤 대통령이 김부겸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추 부총리를 총리 권한 대행으로 임명, 추 부총리가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행사해 장관을 추가로 임명하는 것이다. 

정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다고 할지라도, 의료민영화에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정 후보자와 인수위 준비단 사이에도 미묘한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답변서에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여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여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저해하는 의료민영화는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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