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후 박탈되는 檢수사권…월성원전·산업부 블랙리스트 끝낼 수 있을까

정확한 법리·전문성 필요한 수사 공백 우려…'졸속 수사' 우려 고개

 

#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사건 수사에 투입된 경찰관 A씨는 선거사건 공소시효인 6개월 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검찰과 함께 고군분투했다. A씨는 내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수사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A씨는 근 1년간 사기·횡령 등 민생범죄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가 금지되면 A씨의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예정되면서 검찰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당장 9월부터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3개 분야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없어지면서 월성원전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을 제때 끝낼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검찰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를 제외한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는 검사 수사권이 박탈된다. 다만 선거범죄의 경우 6·1 지방선거 공소시효 만료인 올해 12월까지만 가능하다. 

검찰은 직접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범죄들은 공통적으로 전문적인 법률검토와 충분한 시간이 보장돼야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도 4개월 안에 마무리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한다.

선거범죄는 6개월이라는 초단기 공소시효로 정확한 법리 검토와 신속한 증거 수집이 필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면 선거범죄 수사가 부실해지고, 재판지연과 무죄선고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선거사건은 공소시효가 짧은데 경찰에서 맡게 되면 경찰의 민생사건 처리 속도는 더뎌지고 검찰 경찰간 서로 사건을 넘기면서 결국 수사가 부실 처리될 것이라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당장 내년 3월 실시될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거범죄 부실수사를 우려했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지역연고관계, 관행 등으로 금품선거사범 발생 우려가 상당하고, 인사 등에서 혜택을 의식한 임직원의 선거개입 가능성이 있어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요한 유형의 선거범죄라는 주장이다. 이어 2024년에 실시되는 총선 선거범죄의 부실수사도 우려된다.

공직자범죄도 국가 투명성과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측면에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범죄다. 특히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공직자범죄는 부패범죄인 뇌물수수 등의 범죄와 하나의 사건에서 서로 연결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4개월 후에도 수사가 가능한 부패범죄 수사 중 공직자 범죄가 드러난 경우 '관련 인지'를 통해 수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모든 공직자범죄가 관련인지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고, 경찰 송치사건에 대해서는 동일한 범죄사실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게 돼 공직자범죄가 드러나도 수사개시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문재인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사건 등의 수사를 끝내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기한을 정해 놓고 수사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실 수사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범죄 수사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수사인데 4개월 후 수사 공백이 우려된다. 전현직 군인 간의 폐쇄적 연고관계를 매개로 이뤄져 범죄포착이 어렵고, 입증도 까다로워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검찰과 군과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또 공직자범죄나 부패범죄와 연결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전에 한시적으로 방위사업범죄수사부를 설치해 구조적 방산비리 수사에 대한 상당한 전문성을 축적했고, 현재도 수원지검은 방위사업·산업범죄수사형사부를 운용 중이다. 4개월 후에 검찰은 이런 전문성과 전담부서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형참사범죄에서도 검찰 직접 수사가 금지되면 검경 합동수사 등 복수 기관의 수사 협조가 어려워져서 책임자 처벌 및 피해회복에 한계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018년 밀양 요양병원 화재로 50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당한 대형참사 발생 후 검찰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신속하게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의료법인 이사장, 보건소 공무원 등을 기소했다. 대형참사범죄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없어지면 이런 신속한 대응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검사의 직접수사 폐지와 중수청 설립은 국민의 안전 및 기본권 보호와 직접 관련되는 국가형사사법 제도의 틀을 완전히 변경하는 것"이라며 "검찰 직접수사를 폐지하는 법률이 시행되면 공직자범죄 등에 대한 처벌 공백과 공소시효 임박 사건의 암장 등 전반적으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호소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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