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논란 종지부' 현대차·기아, 중고車 진출…내년엔 무슨 일이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2024년 최대 10만7500대 판매 가능

인증중고車 비싸지만 믿고 구매 장점…독과점 우려는 여전

 

10년 가까이 끌어오던 대기업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월부터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다. 4월까지는 시범 사업을 통해 인증 중고차를 팔고 5월부터 중고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고차시장이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중고차 시장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운다. 양사는 우선 5년,10만km 이내의 자사 차량 중 200여개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인다. 현대차와 기아가 내세우는 것은 '신차 수준의 중고차'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를 구축해 성능과 상태를 진단하고 인증체계를 만들어 중고차의 품질을 신차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보상 판매'에도 나선다. 소비자가 타던 차를 공정한 가격에 매입하고 매각을 결정한 고객이 신차를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단숨에 중고차 시장에서 입지를 끌어올 수 있다.

기아는 '구독 서비스'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최장 한 달간 차량을 체험해 본 후에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전기차에 특화된 중고차 서비스도 선보인다. 전기차의 배터리의 잔여 수명과 안정성 등을 측정해 최저성능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을 인증해 판매한다.

◇언제부터 어떻게?…23년5월~24년4월 최대 10.7만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점은 내년 1월이다. 각각 월 5000대 내에서 1월부터 4월까지 인증 중고차를 시범 판매하고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권고안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중고차 비율은 2년 동안 제한된다. 현대차는 2023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전체 중고차 판매량 중 최대 2.9%, 기아는 최대 2.1%를 팔 수 있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는 현대차는 최대 4.1%, 기아는 최대 2.9%다.

지난해 기준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을 합친 중고차 거래량은 250만대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는 2023년, 7만2500대, 2024년 10만2500대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기아는 5만2500대, 7만2500대로 늘릴 수 있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양사를 합치면 10만7500대 수준이다.  

판매 방식은 조금 다르다. 기아의 중고차 판매는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 플랫폼과 리컨디셔닝 센터 판매 등 온오프라인 복합형태로 운영되지만 현대차는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자료사진) © News1 구윤성 기자


◇ 중고차 가격 오를까…'믿고 사는 환경' 기대도 커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수입차의 경우 인증 중고차 가격이 일반 중고차 보다 5% 가량 높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 가격도 일반 중고차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일반 중고차 가격도 덩달아 높아지며 중고차 전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가격에 대한 부담 보다 '보증된 품질', 'A/S' 등 '믿고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중고차 대비 높은) 인증 중고차 가격이 전체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중고차를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를 신차 수준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도 "인증 중고차의 경우 품질 검증 등을 철저하게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일반 중고차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집 다음으로 큰 자산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도 믿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차를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이후 기존 중고차 업계가 '가격'으로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호근 교수는 "중고차 업계가 기존 시스템을 고집할 경우,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이 경우 기존 중고차 업계가 가격을 더 낮춰 소비자를 모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증 중고차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중고차 시장, '레몬 마켓' 벗고 '피치 마켓' 입나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이에 따라 중고차 시장은 줄곧 '레몬 마켓(가격대비 저품질상품이 가득한 시장) '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의 '완전개방'을 요구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크게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레몬 마켓인 중고차 시장이 '피치 마켓(가격대비 고품질 상품이 가득한 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현대차가 나선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해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종합해 소비자 등 모든 중고차 시장 참여자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제공하는 중고차 통합정보 오픈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판매자가 정보 '우위'에 있는 중고차 사업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거래 질서가 확립되고 허위 매물이 없어지는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투명한 선택지가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도 "해외 선진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의 2.6배에 달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신차의 1.3배에 그친다"며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신뢰 부족, 열악한 환경 등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시스템이 선진화되고, 신뢰가 높아지면 전체 중고차 시장의 규모 역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영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연합회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 인근에서 현대·기아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대한 사업조정 건 결정을 앞두고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생존권 사수를 외치고 있다. 2022.4.2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판매 제한한다지만…결국엔 대기업이 독점?   

우려되는 점은 현대차와 기아의 독과점 이슈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진출이 당초 예상보다 1년 지연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 판매량이 제한되겠지만 이후의 상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이제 중고차 시장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이 된다"며 "1~3년 동안은 권고안에 따라 점유율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는 이를 쉽게 넘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점유율을 제한해야 하는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로 물량이 상반기에 다 소진될 수 있는데, 중고차 시장 개방의 배경이 소비자의 후생 증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사업을 다 접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교수도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 가격이 일반 중고차 대비 높을 수록, 판매자 역시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스템을 통해 차를 팔아야만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판매자들이 (현대차와 기아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의 권고안 대로라면 향후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을 독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중고차 업체의 50% 정도가 폐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중고차 종사원 대상 미래차 신기술 및 고객만족도 교육 지원 등 상호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해 연도별로 시장점유율 상한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인증중고차 대상 외 차량은 중고차 매매업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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