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이 614억 가로챈 10년 동안 뭐했나

내부통제 시스템 유명무실…검사 체계 있지만 작동 안 해

금감원 책임론도…3개월 전 종합검사 해 놓고도 몰라

 

"은행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에요.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작동을 안 했다고 봐야죠."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14억 횡령사고를 본 은행권 관계자의 말이다.  

시중은행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은행 직원 A씨가 6년에 걸쳐 614억원을 빼돌리는 동안 은행, 감독당국 그 누구도 몰랐다. 

A씨의 대범한 범행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A씨는 2012년 10월, 2015년 9월, 2018년 6월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가 빼낸 자금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대금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하며 매수자인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578억원에 이자를 합한 금액이다.

해당 자금은 우리은행이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에 돌려줘야할 돈이기도 하다. 계약이 깨졌고, 계약금·이자를 돌려달라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서 한국정부가 패소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예치금을 반환하려고 계좌를 확인했다가, A씨의 횡령사실을 알아차렸다. 2012년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예치금 계좌를 제대로 확인해본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우리은행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우리은행은 한 달 주기로 부서 책임자들이 돌아가며 계좌를 확인하도록 하고, 1년에 한 번씩은 은행 검사실이 검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은행 준법지원부도 내부통제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검사망은 6년 넘게 A씨의 범행을 걸러내지 못했다. 이번에 범행이 드러난 것도 예치금 반환 목적으로 계좌를 확인했다가 나온 것이지, 은행이 자체적으로 검사를 하다가 밝혀낸 게 아니었다. 은행이 그간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하면서, 형식적으로만 검사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번 이상 우리은행에 대해 검사를 나갔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우리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감독당국이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지만, 변명일 뿐이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018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내부통제 실패를 근거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우리금융은 이에 중징계 취소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1심 판결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은 마련돼 있으나 운영이 미흡했던 것"이라며 우리금융 측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은 당시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년 전 우리은행의 약속이 공허한 다짐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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