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통과되면 미군정 이후 74년 형사사법체계 대변화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 변천사

1895년 '재판소구성법'부터 2022년 '검수완박법'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통과되면 74년만에 우리 형사사법체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평범한 시민은 형사사법체계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없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입건·소추된다면 개인의 일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 변화는 중요하면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5년 '재판소구성법'에서다.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모법'이 된 1948년 '검찰청법',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1954년 '형사소송법',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까지,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체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되짚었다.

1895년 '검사' 첫 등장…검사·사법경찰관 모두 막강한 강제수사권 

일본과 개화파가 주도한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1895년 '재판소구성법'이 공포되면서 처음으로 '검사'라는 용어가 우리나라 법에 등장했다.

재판소를 설치하도록 만든 이 법은 사법권을 행정권으로부터 분리하려 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검사는 독립된 검찰기구를 갖추지 못하고 재판소의 직원으로서 수사·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12년 공포한 '조선형사령'은 검사와 사법경찰관 모두에게 막강한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도록 했지만, 반면 사법경찰관으로서 조선총독부 경무총장은 지방법원 검사와 동일한 직권을 가진다는 규정도 뒀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5차 개헌…검찰에수사·기소·영장청구권

미군정 말기인 1948년 8월 '검찰청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효력이 1년여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 74년 형사사법체계의 기틀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법이 제정되면서 검찰사무가 행정기관인 조선총독부 법무국이나 미군정청 사법부에서 분리됐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6조는 검사의 수사·공소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수사에 관해서는 사법경찰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공포됐는데 처음으로 법관에 의한 영장제도가 도입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는 법관의 영장 없이 인신구속을 해왔다.

이듬해인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새로 제정하면서 검찰청의 조직 및 검사의 직무, 권한이 정해졌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이때 생겨났다.

1954년에는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지면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명문화됐다. 당시 '경찰에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검찰 출신 엄상섭 의원과 한격만 검찰총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총장은 공청회에서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는 기소권만 주는 게 법리상 타당하다. 하지만, 100년 뒤에나 가능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62년 5차 개헌에서는 영장청구의 주체를 '검찰관'으로 규정하면서 검찰은 수사·기소·영장청구권을 모두 갖게 됐다.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경찰은 국민의 불신을 받았다.

2021년 대대적 '검경수사권 조정'…2022년 '검수완박' 추진 

'검경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다. 검찰에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검찰 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민생치안 관련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수사권 독립을 공약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법무부가 반대했다.

노무현 정부도 '검찰 개혁'을 주장했지만 검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국회에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막대한 지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해묵은 숙제였던 '검경수사권' 관련 법안들을 개정하고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명령과 이행 관계에서 상호 협력관계로 수정하고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성을 부여한 것이 골자다.

검찰의 권한은 기소권과 함께 6대 주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한정됐다.

같은 해 권력형 비리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출범했다.

이런 대대적인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와 법사위, 여야 합의 등으로 몇 번의 수정을 거쳤으나, 결국은 검찰의 모든 직접수사권을 시간을 두고 폐지하고 검찰의 역할은 기소로 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는 앞으로 고소·고발을 접수해 사건을 처리할 수도, 송치 후 직접 보완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로 완전히 이원화하는 것이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이 생기기 이전까지는 검찰은 부패와 경제범죄에 한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저지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이를 무력화할 방침이다.

한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같은 날 기자들에게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과 관련해 국민투표 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및 본회의 부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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