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 통과되면…검찰, '수사' 못하고 '기소'만 남아

개정 형사소송법, 검사 수사 권한 대부분 삭제…경찰만 가능

영장 집행도 경찰 통해야…변사자 검시 등 명령 권한도 축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의 수사권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검사는 경찰의 신청을 통해서만 영장 집행을 할 수 있으며, 경찰 1차 수사를 자체 보완수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검찰 조직 자체가 '수사'가 아닌 '기소'만 판단하도록 바뀌는 셈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전날(15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대부분 검사의 수사 권한을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경찰에게 권한을 넘기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이 조항이 사라졌다. 

피의자의 출석요구권이나 영장에 의한 체포, 압수수색, 제3자 출석 요구 등 구체적인 수사 관련 규정도 모두 삭제됐다. 수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라고 규정했던 조항들에서 대부분 검사만 빠지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고소·고발도 앞으로는 경찰에만 할 수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통과되면 시민단체나 정당이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도 사라지게 된다. 

검찰 내 전문수사자문위원을 지정해두도록 한 조항도 있었는데, '전문기소자문위원'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수사'가 아닌 '기소'에 방점을 두고 기소 여부만 판단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정 검찰청법에도 검사의 직무와 권한을 규정해 놓은 조항에 '범죄수사'가 빠지고 '공소'만 남았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의 직접수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한 조항이 삭제됐다. 

검찰이 직접수사가 가능한 분야는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로 한정됐다.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관들도 영향을 받는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수사서기관과 수사사무관, 마약수사사무관 등이 검사를 보좌해 범죄수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수사서기관과 수사사무관 등 '수사'라는 단어가 포함된 직제도 사라진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수사관이나 실무관 등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공무원들은 당장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무시당한다는 비판도 있다. 

경찰이 먼저 수사한 뒤 검찰이 한 번 더 검토하는 과정도 사라진다.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되고, 경찰을 통한 보완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게 방향을 바꿨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사건을 처리한 뒤 검찰이 한 번 더 자체 수사를 할 수 있었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이 통과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해도 직접 나설 수 없다. 

검찰은 이를 두고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할 수 있는 여지마저 없앴다고 주장한다. 경찰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하고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1차 수사 이후 검찰이 결론을 바꾼 사례는 약 2만건으로 집계됐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사라진다. 체포영장과 구속영장 등을 검사가 먼저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은 삭제되고 경찰의 신청에 의해서만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변경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가 경찰이나 공수처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하더라도 경찰의 신청으로만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은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을 두고 "검사를 영장 청구권자이자 수사 주체로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단순히 검찰이 수사만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변사자 검시와 관련해 현행법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은 '요구할 수 있다'고 표현을 변경했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서도 석방을 명령할 수 있었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에선 석방을 '요구할 수 있다'로 표현이 바뀌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관할 지방경찰청(또는 경찰청)이 승계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인사권 남용 사건,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등 복잡한 사건의 경우 3개월 내에 사건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이대로 종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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