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사라진 딸기농장, 생산량 60% 줄고 기형 딸기 나와

수분작업 제대로 안돼 열매 정상적으로 안맺혀

농민들 한숨…피해보상책 등 정부대책 마련 촉구

 

"꿀벌이 사라지면서 겨울철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딸기의 수분(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 붙이는 일)이 제대로 안돼 기형 딸기가 나오거나 생산이 제대로 안되는 등 피해가 막심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서 양봉농가의 피해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딸기 농가에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오후 찾은 전남 담양에 위치한 박영구씨(60)의 딸기 하우스 농가에는 뒤늦게 열린 딸기를 수확해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우스 9개 동을 운영하는 박씨는 딸과 함께 딸기를 박스에 담고 있고, 하우스 안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딸기를 수확하는 데 열중이다.

새빨갛게 익은 딸기를 담은 박스 층층이 쌓여가고 있었지만 박씨의 얼굴에서 웃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딸기 농가의 경우 설 전에 가격이 가장 높게 형성돼 매출의 50%가 10월부터 설 전 사이에 형성되고, 설 이후부터 5월이나 6월까지 딸기를 판매한다.

박씨는 "9월말과 10월초에 열흘 정도 3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면서 딸기 화분화(많은 화분이 꽃술에 있는 꽃)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화분화가 이뤄졌지만 꿀벌이 사라지면서 하우스에서 수분 작업이 제대로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기형적인 딸기가 나오거나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못하면서 설 전까지 하우스 1개동이 피해를 입는 등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60% 정도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와는 별도로 자재값이 100% 오른데다 최근 유류비마저 인상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박씨. 최근 정상적인 열매가 많이 맺히면서 손해를 어느 정도 줄여가고는 있지만 투자비용을 제외하고는 건질 수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최근 딸기를 수확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그동안 사용된 투자비용을 벌기 위한 것밖에 안 될 것 같다"며 "내 인건비 등은 사실상 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위치한 박관정씨(57)가 운영하는 딸기 농장 하우스는 작년보다 30% 정도 피해를 입었다.

7개 동에서 딸기를 키우고 있는 박씨는 "11월부터 2월 사이에 벌을 통해 수분이 들어가야 가장 수익이 좋은 겨울철에 과실을 딸 수 있다"며 "하지만 꿀벌이 없어서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형과 등 상품성이 없는 딸기가 생산됐고, 이게 모두 손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평균 1개 동에서 2000만~2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금은 30% 정도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이야 따뜻해진 날씨로 바람을 이용한 자연 수분을 통해 딸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담양의 한 딸기 농가에서 생산된 딸기를 고르고 있는 모습. 2022.4.12/뉴스1 © News1 전원 기자


농민들은 꿀벌이 온전히 일을 하거나 꿀벌 피해로 인한 농가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수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

여기에 정작 딸기 생산이 시작됐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만큼 외국인 노동자 확보 등 농촌 일손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관정씨는 "최근 꿀벌 사라짐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건강한 꿀벌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수분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에 이상기온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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