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풀어낸 尹·朴…지지층 결집·정치영향력 회복 '윈-윈'

尹 "늘 죄송했다" 적극 사과…지방선거 앞두고 보수층에 어필

'예방' 받은 朴…지역발전 당부하며 측근 유영하 챙기기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50여분간 마주 앉아 과거 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악연을 비롯해 마음에 담아 뒀던 이야기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윤 당선인으로선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특히 마음이 쓰였던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과거의 악연을 풀고 박 전 대통령 지지층과도 화해할 계기를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도 대통령 당선인의 예방과 직접적인 사과를 받음에 따라 어느 정도의 명예회복과 함께 정치적 존재감을 다지는 효과를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50분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났다. 만남에는 두 사람 외에 권영세 인수위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양측은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권 부위원장은 언론에 공개하고 싶지만 못하는 내용이 많을 정도로 좋은 자리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어느 정도 과거 악연을 털어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막 출범한 박근혜정권을 겨냥했고, 탄핵 정국이던 2016년 국정농단 사태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이끌었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여러 번에 걸쳐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고 정책 계승과 명예회복을 언급하는 등 깍듯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제 미안한 마음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참 면목 없습니다. 그리고 늘 죄송했습니다' 이렇게 워딩(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권 부위원장도 "윤 당선인이 과거 일종의 악연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면담 후 사저를 나서고 있다. 2022.4.12/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과거 수사에 대한 사과와 함께 박 전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부위원장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대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에 대한 계승 및 좋은 성과를 널리 알려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병원 치료 과정에서 경호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덕담으로 윤 당선인에게 화답했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당선인 시절부터 되게 격무일 것이다. 건강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안부를 전했다. 또 "이 지역 발전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 초청에 대해서는 "현재 건강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가능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한번의 만남으로 10년 악연이 한순간에 없던 일로 되기는 어렵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덕담은 윤 당선인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어서 보수층에 두 사람의 '화해'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화해'를 품은 이날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 적지 않은 정치적 함의도 품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2.4.12/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임기 초반 정국 주도권이 걸린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끌어안기를 통한 보수 지지층 결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직접 한 수사에 대해 사과하고, 탄핵 당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강조한 것은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큰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와 관계 없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다. 자신을 수사했던 대통령 당선인의 예방을 받고 직접적인 사과를 받으면서 윤 당선인의 언급처럼 이미 어느 정도의 명예회복을 이룬 셈이다. 

동시에 지역 발전을 직접 언급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 변호사를 지원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 변호사는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도 직접 배석해 존재감을 한껏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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