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말폭탄' 시동… 박정천·김여정 동시 담화로 '긴장' 높여

서욱 "원점 타격" 발언 겨냥… 추가 도발 '명분 쌓기' 관측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 재고"… '9·19합의' 파기 가능성도

 

북한이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 올리며 무력시위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데 이어 이번엔 우리 측을 겨냥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박정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와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은 3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나란히 게재한 담화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문제 삼아 "미친X" "천치바보" "쓰레기" "대결광" 등의 막말을 퍼부어댔다.

서 장관은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장거리·초정밀·고위력의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지속 개발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에 관한 우리 군의 '킬체인' 전략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과거에도 '킬체인'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와 관련 박 비서와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저마다 "우리 군대(북한군)를 대표해" "(김정은 노동당 비서의)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한다"며 "남조선(남한) 군부는 대결적 망동으로 정세를 더 긴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담화는 서 장관 발언 다음날인 2일자로 작성됐다.

북한의 '대남 총책'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 우리 정부 당국을 향해 담화를 낸 건 작년 9월25일 이후 처음이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북한은 그동안 선전매체를 통해선 우리 측을 연일 비난하면서도 당국 또는 당국자 명의의 '공식' 메시지는 한동안 내놓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박 비서과 김 부부장 명의 담화를 한꺼번에 공개한 건 그만큼 서 장관의 관련 발언을 엄중하게 보고 있단 뜻을 풀이된다.

특히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린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담화 내용을 두고 2018년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파기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작업이 한층 더 빨라지거나 작년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거론했던 북한의 공식 남북대화 창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북한이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과 군 통신선을 재차 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박 비서는 "만약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북한)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파멸시키는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박 비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과거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다만 임 교수는 "북한의 이번 강경 발언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반전'(反戰)·평화여론이 고조되길 기대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비서와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서 장관이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 운운했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군 포병 사격훈련을 지도하는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왼쪽)와 군 장교.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올 들어 연이은 무력시위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인 건 북한이다. 북한은 올 1월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지난달 24일 ICBM 시험발사에 이르기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탄도·순항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을 감행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2018년 스스로 선언했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마저 깼다. 북한의 이번 담화가 향후 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 무력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이 4월 '긴장 고조' 시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명분 싸움을 위한 성명전을 시작"했다며 "핵과 ICBM 시험발사의 모든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는 가운데 향후 남북관계도 대결구도를 본격화시킬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오는 15일 최대 명절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제110주년을 맞는다. 또 11일은 김 총비서의 당 제1비서 10주년, 13일은 김 총비서의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인 등 '김정은 시대 10년'을 상징하는 날들이다. 이 때문에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중 핵·ICBM과 관련한 고강도 무력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핵실험장 남쪽 구역의 3번갱도 복구 움직임이 포착됐다.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 내 지하갱도를 '폐쇄'했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로부턴 "북한이 당시 갱도 입구만 폭파해 언제든 재건이 가능한 상태일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이번 갱도 복구를 통해 그 같은 관측이 '사실'로 확인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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