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 파기'의 함의… 北도 '힘을 통한 평화'로 정책 전환

美와 '장기적 대결' 공고화… '강대강'으로 대응

'새 계산법' 확정·구사에 상당 시간 소요될 수도

 

북한이 스스로 '유예'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건 대외정책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극단적' 행동을 한동안 자제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에 2019년 '연말 시한'을 제시하고 그해 연말까지 합의를 깨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북한은 2020년 '자력갱생' 노선을 택하면서 대외정책 노선 변화도 꾀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21년 1월엔 조선노동당 대회를 5년 만에 열어 미국을 향해 '최대의 주적'이라는 표현까지 구사했다. 그러나 이대도 미국을 직접 겨냥한 무력시위는 노골화되지 않았다. 작년 10월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논의가 제기됐을 땐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른바 대화 '선결조건'(대북 적대정책 및 2중 기준 철회)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 태도, 미국·중국 간 갈등 심화,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중국·러시아와 밀착 강화 필요성 등 복잡한 국제정세가 전개되면서 북한도 결국 '판'을 다시 엎는 쪽으로 대외정책 기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엔 우리나라의 정권 교체와 중·러를 통한 경제적 지원 재개 역시 북한이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로 2018년부터 대화·협상을 위해 구사했던 북한의 대외정책은 일단 초기화된 것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라고 25일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3일 발사와 관련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4일 ICBM 발사를 '지도'하면서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 일단 미국과 '강 대(對) 강' 구도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북한은 또 '자위적 핵 억제력' '강위력한 핵보검' 등을 언급하면서 이번 ICBM 발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북한이 ICBM 시험발사와 함께 중단했던 핵실험도 재개하는 등 핵무기 개발에도 재차 박차를 가할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2017년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은 미국의 거의 즉각적인 관심 표명과 함께 대화로 연결됐다. 북한이 '긴장 고조 후 대화'란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국제정세는 미국의 관심이 북한으로부터 다소 멀어져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지금 중국·러시아란 '전통적 맞수'를 상대하기 바쁘다.

따라서 현재의 긴장 국면은 2017~18년 당시와 달리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조치 등 '물리적 장벽'과 남한의 정권 교체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들이다.

일각에선 북한 역시 한동안 '힘을 통한 평화'로 해석될 만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힘을 통한 평화'란 개념은 결국 북한의 내부 결속과 유사시 대비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새로운 대외정책을 꾸리는데 더 시간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2018년 한 해 동안 전격적·대대적으로 대외협상에 나섰으나, 결국 원하던 제재 문제 해결엔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으로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치밀한 대외정책을 꾸리는 데 시간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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