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인수위 업무보고 취소…박범계 장관 어떤 선택할까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등 기존 입장 수정 가능성 낮아

 

사상 초유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취소 사태가 발생하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위는 29일까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퇴임을 앞둔 민주당 소속 장관의 의견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부처로서 법무부가 이행할 공약 실현방안을 마련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박 장관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해 업무보고안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는 지난 24일 윤 당선인의 검찰 공약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박 장관에 유감을 표명하며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돌연 취소했다. 대신 윤 당선인 공약에 동의한 대검찰청의 업무보고만 예정대로 진행했다. 법무부는 당일 아침에야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이냐"고 박 장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인 이용호 위원은 "40여일 후에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대통령 당선인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 장관은 인수위 업무보고가 취소된 후 간부들과 간략한 회의를 가졌지만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기로 했다. 

업무보고에 들어가기로 했던 법무부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나서야 업무보고가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전례가 없는 일로 당황스럽다"고 했다. 법무부 내부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박범계 장관과 대립했던 검찰 인사나 수사지휘권 발동 국면 등을 복기하면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법무부가 이미 준비한 입장을 인수위 뜻에 맞춰 바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 개인의 의견이라고 따로 기재하지 않는 이상, 법무부와 장관의 입장이 다르게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전날 오후 퇴근길에 '기존 보고서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확정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다른 주제가 더 추가될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한 다른 변동사항은 없다"며 "다음주에 (업무보고를)받는다고 하니까 그때 봅시다"라고 답했다. 

법무부는 이날 인수위 업무보고를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 윤 당선인 공약인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예산 독립에 대해 각각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 문제, 입법 사안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와 관련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박 장관의 입장도 반영됐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도 박 장관이 뜻을 밀고 갈 가능성이 높다. 오찬회동 취소와 인사 문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전방에 서 있는 박 장관이 한발 물러설 수는 없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등을 공개발언한 배경에는 윤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청와대 또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조율 내지는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부에선 박 장관이 윤석열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할 법무부 직원들의 부담을 고려해 한발 물러서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왔으나 박 장관이 뜻을 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장관은 문 정부의 검찰개혁 마무리 투수를 자임하고 있다. 5월9일까지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민주당 역시 6월 1일 지방선거 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를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일 태세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을 겨냥하며 "인수위에 측근 검사들을 포진시킨 데 이어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며 검찰개혁을 무(無)로 돌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 사그라지도록 절대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172석의 의석을 바탕으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엄격하게 분리하여 검찰의 부당한 권력 남용을 막겠다"고 검수완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 업무보고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수위 역시 윤 당선인의 공약이 반영되지 않은 업무보고는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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