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가부, 역사적 소명 다해"…발전적 해체로 재구성을

"섣부른 폐지, 사회적약자 통합지원 혼선 야기"

"유지 주장이 핵심 아냐…이름 사라지더라도 역할은 계속돼야"

 

"여성가족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돌입하면서 여가부 존폐 등 정부조직 개편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고 새로운 정부 부처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가부가 그동안 담당해 온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감안하면 설령 폐지가 되더라도 발전적 해체를 통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가부 편파적, 부당하게 느껴져…국민 60% 폐지 지지"

여가부 폐지는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지난 1월 초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린 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여가부가 해온 일들이 국민들에게 편파적이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여론도 60%가 폐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애초 여가부가 공무원 4명을 인수위 추천 명단으로 보냈으나, 최종 배제되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에 한층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다만 인수위가 여가부 업무보고는 받기로 한 만큼 향후 개편 방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가부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현재 수행 중인 각종 기능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가장 큰 숙제로 남는다. 

다른 부처로 쪼개진다면 가족 정책은 보건복지부, 청소년 정책은 교육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 인권과 성범죄는 법무부가, 여성 고용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될 수 있다. 

성인지 교육, 성평등 문화확산 등 '양성평등' 관련 업무는 모든 부처에 반영하고 컨트롤타워를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나 양성평등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 공약대로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가 신설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성 연구자와 활동가, 시민들의 반발이 벌써 거세다.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모임'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선언문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장필화 이화여대 명예교수, 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차경애 전 YWCA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홍찬숙 한국여성연구소장 등 8000여명이 참여했다.

이수정 교수는 여성단체의 반발과 관련해 "여성 정책은 그대로 추진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시위를 하고, 공약을 파기하게 만들겠다는 식의 저항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 부처'지만 통합 지원…흩어지면 효율성 떨어질라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정부 예산의 0.24% 수준에 불과한 '초미니 부처'로 꼽힌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부터 학교 밖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통합 지원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관련 법률도 모두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여가부 폐지를 섣불리 추진하면 기존에 이뤄지던 각종 통합 지원에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피해자 지원 업무를 예로 들면 법률 지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의료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이런 것들을 여가부가 통합해 지원했는데 부처별로 업무를 나누면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여가부가 하던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의구심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은진 여성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여가부가 수행했던 업무는 상당히 타당한 논리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지원 대상이 있는 사업"이라며 "여가부 이름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들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가 그동안 '초미니 부처'였는데 원활한 가족 정책을 위해서는 아동·보육도 함께 어우러져야 하고, 성별 영향평가나 성인지 예산 등 양성평등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조직이 정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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